"임신 8개월" 고백한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그들이 엄마가 되기로 한 이유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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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들이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청계천 삼일교까지 행진하며 한국의 혼인평등 촉구를 위한 '그냥 결혼이야 JUST MARRIAGE'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들이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청계천 삼일교까지 행진하며 한국의 혼인평등 촉구를 위한 '그냥 결혼이야 JUST MARRIAGE'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의 저자이기도 한 한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들 커플은 지난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됐다.


지난달 30일 김규진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는 자기소개를 한 지 4년이 됐다"며 "곧 단어 하나를 추가할 예정이다. 저 임신 8개월이다"라고 밝혔다.


1일 오후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인 킴과 백팩커플 그리고 임신 8개월차 임신부 김규진, 김세연 부부가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청계천 삼일교까지 행진하며 한국의 혼인평등 촉구를 위한 '그냥 결혼이야 JUST MARRIAGE'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인 킴과 백팩커플 그리고 임신 8개월차 임신부 김규진, 김세연 부부가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청계천 삼일교까지 행진하며 한국의 혼인평등 촉구를 위한 '그냥 결혼이야 JUST MARRIAGE'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진 씨는 배우자 김세연 씨와 2019년 5월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일 보도된 한겨레의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했다. 그는 현재 거주하는 프랑스에서 시술받을 예정이었지만 정자를 구할 수 없어 벨기에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기도 힘들 뿐더러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했다.

김 씨 부부는 한국에서는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앞으로의 힘든 난관을 예상하면서도 임신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김규진 씨는 "불행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을 느꼈다. 제가 행복하니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가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 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출산 후 평범하게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몸조리를 할 예정이다.

김 씨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개최된 '2023 제24회 서울 퀴어퍼레이드' 행진에도 참여했다.

행사장에서 김 씨 부부는 "우리 모두 결혼할 권리가 있고 이런 레즈비언 부부의 자식도 차별하지 않는다면 좀 더 저희 아이에게 넓고 좋은 세상이 빨리 오지 않을까"라며 자신들의 소망을 전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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