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등 이별 경험자 2명 중 1명 “상대방으로부터 폭력 피해 경험”
여성가족부 ‘2022 가정폭력 실태조사’
이별 경험자 폭력 피해 응답률 50.8%
전체 폭력 피해 응답률, 3년 전 대비 감소
폭력에 ‘외부 도움 청한 적 없다’ 92.3%
이혼이나 별거, 동거 종료 등 이별을 경험한 사람 2명 중 1명은 당시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만 19세 이상 남녀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2004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는 법정조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별을 겪은 경우의 폭력 피해 경험이 결혼·동거를 유지 중인 이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혼이나 별거, 동거 종료를 경험한 응답자의 폭력피해 경험 비율은 50.8%로, 혼인·동거 중인 응답자의 평생 폭력피해 경험 14.3%에 비해 높았다. 특히 이별한 여성 3명 중 1명은 신체적 폭력을, 5명 중 1명은 성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전체를 놓고 보면, 배우자와 파트너에 의한 폭력피해 경험은 2019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지난 1년간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6%(여성 9.4%, 남성 5.8%)였다. 2019년 조사에서는 전체 8.8%가 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력 유형으로는 여성의 경우 정서적 폭력(6.6%), 성적 폭력(3.75%), 신체적 폭력(1.3%), 경제적 폭력(0.7%) 순이었다. 남성은 정서적 폭력(4.7%), 신체적 폭력(1.0%), 성적 폭력(0.8%), 경제적 폭력(0.2%) 순으로 응답했다. 폭력의 첫 피해 시기로는 여성과 남성 모두 ‘결혼·동거 후 5년 이후’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결혼·동거 후 1년 이상~5년 미만’이 뒤를 이었다.
폭력에 대한 대응은 더욱 소극적이었다. 가정폭력에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률은 53.3%로, 2019년 조사 결과(45.6%)에 비해 늘었다. 그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25.6%)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14.2%) △배우자·파트너이기 때문에(14.0%)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서(12.9%) 등을 꼽았다. 폭력 발생 이후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도 92.3%로, 2019년 조사 결과(85.7%)보다 증가했다.
아동 폭력에 대한 가해 경험은 지난 조사보다 감소했다. 아동에게 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1.7%로, 2019년 27.6%보다 감소했다. 노인폭력 피해 경험은 이전보다 소폭 증가했다. 만 65세 이상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자녀, 사위, 며느리 등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로, 2019년 3.8%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폭력 예방,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스토킹 피해자에게 지원하고 있는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을 교제 폭력 피해자에게까지 확대해 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