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 정치권 ‘네 탓’ 공방에 시동도 못 걸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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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거제 연결 여객 전용 노선
물가 반영 예산 1조 9226억 증액
기재부 지침에 사업 재검토 진행
민주당·국민의힘 책임론 설전만
개통 2027년서 3년 더 늦어질 듯

남부내륙철도 종착역이 들어설 거제시 사등면 일원. 부산일보DB 남부내륙철도 종착역이 들어설 거제시 사등면 일원.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의 미래를 책임질 대형 국책사업들이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반쪽짜리가 돼 버린 한·아세안 국가정원에 이어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를 놓고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정치권이 실익 없는 네 탓 공방에 괜한 헛심만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거제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는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사업비 증가율이 15%를 넘을 경우, 사업비를 다시 산정하는 절차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남부내륙철도 사업비를 4조 9438억 원에서 6조 8664억 원으로, 39%(1조 9226억 원) 증액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해 공사 단가를 현실화하고, 개정된 설계기준과 관련 법령에 맞춰 노선과 구조물을 조정하면서 기본설계에 빠진 시설물까지 추가한 탓이다.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거나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개통 시점이다.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불거진 지역 내 노선 갈등 여파로 애초 공언한 2027년 조기 개통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결국 국토부는 설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늦어도 2029년 완공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러나 이번 적정성 재검토로 이마저 지키기 어렵게 됐다. KDI 검토 결과가 나오는데 최소 9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재검토 기간에도 공구별 설계는 계획대로 진행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빨라야 2030년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정부와 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지역위는 성명을 통해 “사업비 증액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라며 “지역 발전의 획기적 성장동력으로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착공을 목전에 둔 사업을 윤석열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무참하게 깨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경남도당도 “현 정부가 핵심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일이자, 전임 대통령들이 일구어 놓은 국가균형발전의 백년지대계를 파괴하는 망국적 행위”라며 “재검토 결정의 본질은 사업비 증액이 아니라 총체적 국정 실패에 따른 경제위기 상황을 덮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적반하장’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자기 잘못도 남 탓으로 돌리고, 대안 없는 선동만 일삼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며 “KTX 사업 지연의 책임은 기본계획을 2년여 지연시킨 문재인 정권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도당에 따르면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2019년 1월 예타가 면제된 이후 그해 11월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에 착수했다. 그런데 통상 1년이면 끝날 기본계획 수립이 전 정부의 늑장으로 2022년 1월에야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적정성 재검토 판단에 대해선 “전 정부가 책정한 사업비로는 제대로 된 KTX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확대된 예산의 적정성을 기재부가 들여다보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단추를 잘못 낀 민주당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상황에도 정부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 재검토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거짓 선동’과 사업 지연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거제시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2024년 조기 착공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이을 남부내륙철도 노선도. 부산일보DB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이을 남부내륙철도 노선도. 부산일보DB

한편, 남부내륙철도는 국토교통부의 ‘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김천 구간(경부선 김천역)에서 분기해 거제로 연결되는 여객 전용 단선철도다. 거제시 사등면 종착을 기준으로 총연장 177.89km다. 철도가 개통하면 서울과 거제 간 이동 시간은 종전 5시간에서 2시 40분대로 단축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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