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과목 편차 해소되지만, 의대 쏠림 심화 우려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사탐·과탐 선택 과목 완전 폐지
학점제 시행따라 내신 5등급제
문과 학생도 의대 지원 수월해져
‘심화 수학’ 변별력 변수될 수도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 선택 과목 폐지와 내신 5등급 제도다. 현재 중2 학생이 수능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국어·수학·영어·한국사·탐구영역 주요 과목을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치르고 내신 등급 범위는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조정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기존 수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선택 과목 간 유불리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의대 쏠림, 특목고 선호 현상 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고교학점제와 수능 공존 ‘방점’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도입된 국어, 수학 선택 과목과 사회탐구, 과학탐구 선택 과목 체제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완전히 없어진다. 정부가 이처럼 수능 제도 ‘대수술’에 나선 데는 그간 논란이 된 과목 간 난이도 편차와 함께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현재 수능 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골자인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수능을 연동시킬 경우 선택과목 수가 늘어나 실질적인 수능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육부의 개편안은 수능과 내신 운영을 이원화하고 ‘완전한 통합수능’을 전격 도입해 수능과 고교학점제의 공존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발표 당시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2~3학년 과목에만 5등급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서 교육부는 고교 내신은 전학년·전과목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고교학점제 취지와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면 9등급 상대평가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9등급제 하에서는 1등급이 상위 4%에 불과해 소규모 학교나 학생들이 덜 선택하는 ‘소인수 과목’은 내신 1등급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제도 적용 ‘혼선’ 불가피
입시업계에서는 ‘완전한 통합 수능’이 시행되면 의약학 계열이나 이공계열 쏠림 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기존에는 문과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 등에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의학계열에 지원하려면 미적분Ⅱ와 기하 등의 교과목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통과목인 기초 미적분, 확률과 통계만 공부하더라도 의학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문과생’ 역시 의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고2~3 교육 과정이 파행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모두 치러야 하는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모두 치러야 하는 부담과 함께 1학년 과목을 3학년인 수능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각 대학들이 어떤 전형을 내놓느냐가 향후 제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교육부는 향후 국가교육위원회에 입시 제도 확정 과정에서 미적분·기하가 대거 포함된 심화수학을 선택 과목으로 둘 지 여부를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위권 대학에서 심화수학을 필수 전형 과목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 사탐, 과탐 중 한 개 영역만 선택해 응시할 수 있게 ‘벽’을 낮추는 전형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