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없다 오가는 진실 사이 힘겹게 건너는 게 삶이죠”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정미영 첫 소설집 발간
‘붉은 벽돌집’ ‘타로텔러’
우리가 만드는 삶의 일부
진실 다가서는 소설 7편
소설가 장미영의 첫 소설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산지니)는 삶의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다양한 변주를 풀어놓는다. 진실은 거짓에 쉬 가려지기도 하고, 때론 있는 것도, 없는 것도 같다. 진실은 ‘있다-없다’를 오가는데, 그 사이를 힘겹게 건너는 것이 삶이라는 메시지를 그의 소설은 전하는 것 같다. 모두 7편이 실렸다.
먼저 거짓이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진실을 찾기 힘든 경우가 있다. ‘우리 동네 현보’라는 단편에서 동네 바보 현보는 처음에 “사실인데 말하면 안 돼?”라고 했으나 나중엔 “사실이라고 다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버리게 된다. ‘거짓이라도 믿어버리면 곧 진실이 된다’는 현실에 굴복하는 것이다. ‘거짓말의 기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몰리는 교사가 나오는데, 학대가 아니라는 1차 결론이 나지만 재수사 요구로 사건은 종결되지 않고... 사람을 궁지로 내모는 데는 불안 불신이 있고, 그게 거짓말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 삶에 진실은 없을까. 숨겨도 진실은 있단다. ‘붉은 벽돌집’에선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서 맘대로 기억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기억 장애 청년’이 나오는데 부모가 ‘불륜의 씨앗’이란 다툼 때문에 그날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 것이었다. 자기 대면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작품이다. ‘끝나지 않은 약속’에서는 태어나자마자 ‘뇌종양 엄마’를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6살 아이가, 무의식의 기억 때문인지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들의 희미한 힌트 때문인지 희한하게도 엄마에 대한 기억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말해주지 않아도 제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숨겨도, 있는 분명한 진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의 진실, 또는 반대에 가까운 진실도 있다. ‘타로텔러’에서는 진실은 저쪽에 따로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대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데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다양한 해석의 세계를 통해 용기 희망 치유의 기쁨을 얻고 싶어한다’는 데 진실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럴 때 진실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일부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를 작품 ‘그룹 헤로인’에서는 반대쪽으로 세게 밀어붙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친숙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가치들까지 몽땅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진실은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소리다.
결국 우리는 진실은 있다, 없다, 를 오간다는 것이다. 진실이 없다는 데 더 기울 수 있겠지만, ‘있다-없다’ 사이에 삶의 허무란 것이 걸려 있다. 세상일 별거 없고, 사랑은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고, 모든 일이 심드렁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현실이 그걸 더 부추긴다. ‘열정, 야망, 도전 의식. 청년이라는 단어에 붙어 다니는 것들이다. 내가 아는 현실에서 그런 건 없다.’(54쪽) 표제작에서 ‘사려니 숲’은 ‘신비한 숲’이란 뜻이다. 그곳에 새가 산다. 휘파람새다. 꽃 동물 새의 세계에는 거짓이 없다는데, ‘휘파람새의 소리’를 찾아 나설 때 우리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하나의 상징을 붙들 수 있을 듯하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