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 못 떼고 전입 신고 못 해… 공무원과 실랑이도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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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전산망 먹통]
전국 행정복지센터 민원 속출

정부24·무인발급기 운영 중단
주민등록등·초본 등 업무 차질
부동산·금융 거래도 연쇄 파장
행안부 “공공 민원 기한 연장”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 복구 상황을 점검하며 비상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 복구 상황을 점검하며 비상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전산망이 마비됐다면 알려라도 줬어야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헛걸음을 했겠습니까.”

지난 17일 오후 3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행정복지센터. 시민들이 연신 센터를 찾았지만 다들 민원 창구에 붙어있는 ‘서류 발급이 불가하다’는 안내 문구를 보고 빈손으로 센터를 나섰다. 평소 업무가 바빠 오랜만에 짬을 내서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김 모 (51·경남 김해시) 씨는 “부동산 거래에 필요해 인감 증명서 등 서류 발급을 받으려고 시간을 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허탕만 쳤다”며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다행한데 월요일에도 민원 서비스가 먹통이면 큰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행정 전산망이 먹통이 되면서 부산 내 행정복지센터 곳곳에서 업무 차질이 빚어졌고 민원인들이 민원 업무를 못 본 채 돌아서는 일이 속출했다.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같은 기본적인 업무조차 처리되지 못 했다. 기초생활수급 증명 발급 등 시민 생활에 꼭 필요한 주요 서류 역시 발급되지 않았다.

문제는 은행 대출이나 부동산 거래 등 다른 업무와 연계되는 일들까지 연쇄적으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실질적 손해를 보는 상황도 우려된다.

1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9시께 지자체 공무원 행정 전산망인 새올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했다. 공무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차질이 빚어졌다.

여기에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 서비스와 무인발급기도 운영이 중단됐다. 공공기관에서 민원서류 발급 온·오프라인 시스템 모두가 사실상 마비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행정 전산망 먹통으로 연쇄 파장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금융 거래였다. 공공기관에서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인감 증명서와 건축물대장 발급 등을 못해주면서 시민들이 추가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전산망 오류로 전입 신고를 제때 못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부산진구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계약에 필요한 건축물대장이 안나와서 계약을 다음으로 미루는 등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가급적 빠르게 정상화돼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7일 오후 3시께 부산 연제구 행정복지센터 민원창구에 붙어 있는 행정 전산망 오류 안내문. 김준현 기자 지난 17일 오후 3시께 부산 연제구 행정복지센터 민원창구에 붙어 있는 행정 전산망 오류 안내문. 김준현 기자

공공기관에서는 공무원들과 민원인 간에 언쟁이 벌어지거나 항의하는 일도 빚어졌다. 정부 전산 행정망 마비 사실을 고지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민원인이 찾아오면 설명하고 돌려보는 식으로 현장 응대가 이뤄졌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17일 오전 9시부터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오후 1시께 잠시 복구됐다가 다시 먹통이 됐다”며 “민원인들에게 정부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등이 증명서 발급 등 민원을 가장 많이 보는 금요일에 벌어진 탓에 혼란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중구 한 주민센터 관계자도 “부동산이나 금융 거래에 필요한 서류 발급은 평소에도 가장 수요가 많고 민감한 민원 서비스”라며 “공무원들도 오류 원인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행안부는 “전산장애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주민센터에서 처리되는 납부, 신고 등 공공 민원에 대해서는 납부기한을 장애가 복구되어 납부할 수 있게 되는 시점까지 연장할 것”이라며 “확정일자 등과 같이 접수와 즉시 처리가 필요한 민원은 민원실에서 먼저 수기로 접수를 받고 이후 소급하여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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