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전쟁 협박'… 철저한 안보 태세 속 긴장 완화 필요
김정은 협박에 한반도 위기감 고조
외교적 노력 통해 국면 완화 모색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도 높은 대남 협박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명시할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을 ‘반민족적·반역사적 집단’으로 규정하며 도발 시 강력한 응징을 약속했다. 북한의 공세가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북한이 대남 공세를 이어오는 동안 공개석상에서 윤 대통령이 북한 응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도 높은 대남 협박인 셈이다. 전쟁이 우리 앞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전쟁 임박 시 선제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칭하며 대남 노선의 근본적 수정을 선언한 바 있다. 포 사격,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전쟁’ ‘주적’ 등의 표현을 쏟아내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새해 들어서도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병 사격, 탄도 미사일 발사, NLL 불인정 발표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회담과 교류업무를 담당해 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며 대남 기구 정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공세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 국론을 분열하고 윤석열 정부에도 부담을 주기 위한 고도의 대남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북한이 대남 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시사하며 대남 공세를 이어오는 동안,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 9일 새해 첫 국무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우리도 맞대응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남북 관계는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 자칫 우발적인 국지적 군사 충돌이 일어날까 염려된다. 이에 한반도 안보의 실체적 위기라는 인식 위에서 대응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치 국면 완화를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이 필수적이다. 외교적 노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면서 당당히 북의 도발에 맞서야 할 때다. 고조되는 안보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미국 등 우방과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안으로는 철저한 안보 태세를 바탕으로 국민적 단합과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