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 예산 GDP 비중 뒷걸음질…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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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최하위권, 지난해 더 낮아져
우리 경제 규모에 맞게끔 확대해야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그동안 정부가 출산율 제고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다고 밝혔음에 비추어 보면 매우 당혹스러운 사실이다. 2006년 2조 1000억 원이던 저출산 예산이 2022년 51조 7000억 원으로 급증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증가는 같은 기간 우리 경제의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변화는 아니었던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저출산 예산은 48조 2000억 원으로 오히려 줄어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저출산 예산 집행이 뒷걸음질 한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는 부담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족복지 지출’ 개념을 따르면 그런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족복지 지출 비율은 1.56%다. OECD 평균 2.28%에 크게 못 미친다. 출산율 대응의 모범 사례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은 3%가 넘는다. 말로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서도 실제로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에는 우리 정부가 인색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저출산 대응과 관련해 정부의 뒷걸음질 행보도 그렇지만, 그나마 배정된 예산조차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저출산과 직접 관련성이 없거나 효과가 낮은 사업이 저출산 예산 집행 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출산 예산 편성 목록에는 임신이나 출산, 돌봄과는 관련 없는 사업들도 많은데, 스마트 스쿨 조성 사업이니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지원 사업이니 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수십 년간 수백조 원을 쓰고도 오히려 출산율은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이런 불필요한 곳에 쓰이는 예산만 적절히 걷어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터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 지난해에는 더 떨어져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역주행이다.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앙 국면이다. 우리의 저출산 현상이 오죽 심각했으면 “21세기판 흑사병”이라거나 “집단자살 사회”라는 말이 외신을 통해 전해질까 싶다. 요컨대 저출산 문제 해결은 국가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형편에 저출산 정책의 퇴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마땅히 관련 예산을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예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역시 필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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