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수영 ‘재활용’ 공천… “부산 무시” 여론 폭발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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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찬 대체자 정연욱 전략공천
타 지역 낙천자 숙고 없이 발탁
수영구 청년 규탄 집회 등 반발
민심 외면한 여당 자충수 비판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국민의힘이 부산 수영에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전략공천하면서 당이 부산 총선판에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역 민심을 무시한 공천관리위원회의 ‘헛발질’이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의 무소속 출마 선언을 부르는 등 후폭풍만 키운 형국이다. 수영은 물론 부산 총선판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돼 여권 지지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17일 오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부산 수영에 정 전 논설위원을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 공관위는 정 전 논설위원 공천 배경에 대해 “지역 공천 신청자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을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장 전 최고위원의 공천 취소가 결정된 지 단 하루 만에 전략공천을 감행했다. 이 같은 공관위 설명은 지역 민심과 정면 배치된다. 앞서 부산진을에 공천을 신청한 정 전 논설위원은 경선에서 이헌승 의원에 맥없이 밀려 탈락했다. 정 전 논설위원은 ‘동일 지역 중진’ 감점이 적용됐던 이 의원을 상대로 이렇다 할 존재감도, 개인기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장 전 최고위원 공천 취소 이후 현역 전봉민 의원이 유력한 대체 자원으로 꼽혔지만, 공관위는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리지 않았다. 지역 기반이 튼튼하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을 원천 배제하고 수영에 타 지역 낙천 후보를 ‘재활용’한 것이다. 숙고 없이 전략공천을 결정한 당의 섣부른 판단은 “수영 주민을 쉽게 봤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장 전 최고위원의 ‘막말 논란’에 수도권 여론 진화 차원에서 공천을 취소하고, 수영에 타 지역 공천 탈락자를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정 전 논설위원의 경우 수영구에 연고도 없을뿐더러 인지도마저 현저히 떨어진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에선 ‘수영구는 꽂으면 된다’는 당의 구태적인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타 지역 공천 탈락자의 전략공천은, 청년과 여성에 중점을 둔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 콘셉트와도 배치된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공관위의 원칙도 기준도 없는 황당한 공천이 총선을 앞두고 부산 여권 전반에 재를 뿌렸다”며 “‘아무나 꽂아도 된다’ 인식을 전면에 드러낸 공천이며, 이는 수영을 넘어 부산 시민을 무시한 낙하산 공천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 지지자들의 반발은 들끓고 있다. 수영구 청년들은 18일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장예찬 공천 취소 규탄 집회’를 열고 “장예찬 후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지하겠다”면서 “정 전 논설위원은 지지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청년기의 실수를 포용해 달라”며 “제가 받은 공천장은 수영구 주민들과 당원이 주신 것이다. 혈혈단신으로 광야로 나서는 장예찬의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보수 핵심 텃밭’으로 불리던 수영은 정 전 논설위원 공천과 장예찬 후보 무소속 출마 변수로 순식간에 경합지로 바뀌는 모습이다. 자체적으로 ‘절대 열세 지역’으로 평가하던 수영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해볼 만 한 싸움이 전개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에 공관위의 무연고 낙천자 ‘돌려쓰기’ 파장은 국민의힘 부산 총선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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