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호소 추락사 20대 유족 “딸은 스토킹 때문에 죽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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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서 1일 첫 공판… 많은 방청객 몰려
유가족 “전 남친 아니었으면 죽을 이유 없어”
피고인은 스토킹 등 공소사실 대부분 인정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부산법원 종합청사. 부산일보DB

부산에서 ‘교제 폭력’을 호소하다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여성의 유가족 측이 법정에서 전 남자친구의 엄벌을 호소했다. 가해 남성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 7단독 배진호 판사는 1일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451호 법정 안은 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방청객이 몰렸다.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당시 여자친구였던 B 씨를 여러 차례 협박하고, 지난해 12월 9일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7시간 동안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리고 SNS 메시지를 365회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결국 B 씨는 지난 1월 7일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당시 목격자이자 신고자는 A 씨였다.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B 씨의 어머니는 “유학을 몇 달 앞두고 사망했는데 (사고 당일) A 씨가 딸 집에 찾아오지 않았으면, 딸이 전혀 죽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딸이 A 씨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며 “딸에게 왜 맞고만 있었냐고 물으니 ‘헤어지자고 했더니 때리고 다시 일어나면 또 때리고 오뚜기처럼 (맞았다)’이라면서도 ‘이젠 헤어져서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B 씨의 여동생도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는 가해자의 오만함에 다시 한번 분통이 터진다”며 “창틀에 매달려 살려 달라 애원하는 언니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유족은 지속적인 A 씨의 폭행이 있었고, B 씨가 협박에 괴로워한 점을 토대로 A 씨의 스토킹이나 협박이 B 씨의 죽음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직접적인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우선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협박 등 혐의로 A 씨를 기소한 상태다.

이날 A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배 판사는 “재판 과정에 피해자 사망이 양형에 반영될 필요성이 있는지 의견을 밝혀 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검찰은 A 씨를 불러 자살 방조 등의 혐의로 추가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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