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파고든 딥페이크 음란물, 방지·처벌 대책 강화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학교 차원 적극적인 윤리 교육 필요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실제 인물과 음란물을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의 한 고등학교 2학년 A 군은 최근 같은 학교 여학생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판매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해당 학교에서는 지난 5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청소년은 교사들까지 범죄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지난 4월에는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가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된 사실을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이제 교육 현장에서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경북 고령에서는 고교생 2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 10여 명의 얼굴을 다른 나체 사진에 합성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5월에는 제주도의 한 국제학교에서 남학생이 비슷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3월에는 충북 진천에서 중학생 5명이 또래 여중생과 같은 학교 여교사를 대상으로 딥페이크 범죄를 저질렀다. 2021년 경찰청의 불법 허위 영상물 집중 단속 결과에 따르면, 피의자 94명 중 65명(69.1%)이 19세 이하였다. 이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확산하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음란성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심지어 딥페이크 합성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아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게도 극심한 고통과 불안을 초래한다. 평소 알고 지내거나 접촉이 가능한 지인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까지 한다. 아무 연관 없는 사람에 대해 허위 사실을 결부시키기 때문에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가한다. 따라서 그 위협성은 매우 심각하다.
교육 현장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은 청소년들이 온라인과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더 확산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딥페이크 성범죄 대책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딥페이크의 부정적인 면을 알고, 자신들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강력 범죄로 규정하고, 유해 딥페이크를 고의로 제작하거나 확산을 조장하는 경우 강력히 처벌해야 하며 피해자는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딥페이크로부터 학교를 보호하고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