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여론 수렴 충분히 거치기를
시의회 16일 “사전검토·숙의 부족” 반대
시민 없는 일방적인 재개발, 성공 어려워
부산시의회가 16일 임시회에서 고층 아파트 건립이 포함된 시의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주민 의견을 충실히 반영한 결정으로 생각된다.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이 반대 근거로 “시민 의견수렴 절차 부족에다 공공성보다 사업성에 치중된 일방적인 계획”이라며 사전검토와 숙의 과정이 미흡했다는 비판은 이번 논란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그동안 재개발과 관련해 시가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불만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시의회까지 재개발 계획의 무리함을 인정한 만큼 이제라도 전체 추진 과정에 대한 시의 철저한 반성과 분석이 뒤따라야 하겠다.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계획은 사실 시작 때부터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한 사안이다. 2017년 야구장을 허물고 체육시설을 설치할 때도 충분한 여론 수렴이 없었는데 여기에 다시 기존 체육시설을 없애고 축구 전용 구장과 상업시설이 포함된 고층의 아파트를 건립한다고 하니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더구나 시는 근래 구덕운동장을 시의 건축물 미래 유산으로 지정해 놓았다. 주민 체육시설이라는 공익성과 미래 유산이라는 역사성까지 갖춘 곳에 대대적인 상업 개발을 하겠다는 계획을 주민들이 극력 반대할 것임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충분한 설득은 없었다. 시 행정의 무리함이 아닐 수 없다.
시가 이런 구덕운동장 부지의 공익성이나 역사성을 주민들과 제대로 공감해 보려는 노력도 없이 재개발을 밀어붙이면서 이 일대의 도시재생이라는 시의 정책 목표도 이미 빛이 바랬다. 주민들은 시가 아무리 장밋빛 계획을 내놔도 이제는 모두 부동산 개발을 위한 의도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처음부터 주민 의견을 등한시한 결과 신뢰성이 깨진 것이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공모사업에도 신청한 상태이지만 이미 주민들과 신뢰성에 금이 간 지금 그 전망도 밝지는 않아 보인다. 주민들은 당장 아파트 건설 계획부터 철회할 것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재개발 계획의 핵심이어서 현재로선 타협도 쉽지 않다.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 아무리 긴요하다고 해도 결국 주민들보다 앞설 수는 없다. 부산시는 시의회의 재개발 반대 의견에 대해 “제동이 아니라 조건부 찬성”이라고 했는데 궤변에 불과하다. 계속되는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업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고 쳐도 시의회의 공식 의견을 이렇게 아전인수식으로 풀이하는 일은 딱하기조차 하다. 시의 태도가 이러니 그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시가 사업 추진을 계속하려면 이런 고압적인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재개발 사업은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다. 당연히 그 결정의 우선권은 주민들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