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과감한 쇄신 대신 분열로 허송세월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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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격 사유 참모 교체, 큰 폭 개각 불가피
전면 인사 없으면 국민 신뢰 회복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정진석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며 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정진석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며 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지난 지 열흘 넘게 흘렀지만 국정 동력 회복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은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의 당원 게시판 의혹으로 연일 집안싸움에 빠져 있고,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 씨 관련 의혹도 하루가 멀다고 눈덩이처럼 커지는 형국이다.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 앞에는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대대적 인적 쇄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보여준 대통령실의 수준을 목도했듯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를 비롯한 정부 내각을 전면 쇄신하지 않는 한 국정 동력 회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된 홍철호 정무수석의 ‘무례’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답변이라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단순한 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윤 대통령의 골프를 두고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대통령실의 반응이 나왔는데 이 역시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비판의 핵심은 골프 재개를 외교 준비로 포장한 데 있는데도 뻔뻔한 거짓 해명을 했기 때문이다. 낡은 인식과 비상식적 논리에 빠진 참모들이 대통령실에 적잖이 포진해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지도록 민심의 온도를 읽지 못하는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많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촉구한 게 한 달이 넘었다. 비서관·행정관급의 전현직 용산 참모 8명을 꼭 집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그것도 여당 대표가 강력하게 요청할 정도라면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얼마나 중차대한 문제인지 가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국정 난맥상에 따라 장관들의 복지부동이 극에 달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국정 운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한덕수 총리를 필두로 한 내각 교체도 화급한 사안이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선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만한 개각 말고는 방법이 없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고유 권한이지만 특정 라인에 편중된 돌려막기 인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구설에 오른 인물은 엄격히 배제하고, 눈총을 감수하더라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인사를 중용할 필요가 있다. 국정 쇄신과 변화의 의지를 증명하는 길은 철저히 전문성과 능력에 초점 맞춘 인사, 대통령 배우자의 입김을 배제한 인사에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죄 선고에 따른 반사이익 같은 외부 요인에만 기대는 어설픈 쇄신 흉내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금 바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도 늦다. 수백 번 말로만 외치지 말고 당장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 남은 임기를 허송세월로 채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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