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재판관 임명이 정국 혼란 조기 수습할 열쇠다
“여야 합의해야” 한 권한대행 임명 보류
국가 불안·위기 장기화 우려 해소돼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날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달라는 야당의 최후통첩은 철저히 묵살당했고, 행여나 한 대행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대다수 국민들로서도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담화 발표 즉시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국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전제 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여야가 이미 3명의 후보를 추천했고, 국회는 인사청문회도 마쳤다.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 자격에 대해서도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나란히 “권한대행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분명한 해석을 내렸다. 이는 다수 법률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바다. 거기에 ‘여야 합의’가 끼어들 틈은 없다. 더구나 헌법재판소 구성은 헌법과 법률에 따를 뿐 정치적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즉각 임명하는 게 옳다.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현재 보이는 행태와 궤를 같이한다. 본래 9인 체제로 운영되는 헌법재판소는 국회 몫 3명 임명이 지연되면서 현재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6명 가운데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 탄핵은 무산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거기에 동조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행은 이번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면서 “개인의 거취나 영역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절차, 법리, 명분에 모두 부합하는 사안을 굳이 거부하고 있으니 한 대행을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현재 정국은 혼돈 그 자체다. 경제, 외교, 안보 모두 위기다. 12·3 비상계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란 사태는 그 혼돈을 더욱 심화시킨다. 한 대행 탄핵으로 국정이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되면 정국 수습은 요원해진다. 최선의 길은 현재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핵심판이 신속히 진행돼야 하며, 탄핵심판이 9명 완전체의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져야 판정 불복 등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지금대로라면 헌법재판소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조속한 헌법재판관 임명이 그래서 필요하다. 촉박하나마 탄핵소추 절차 완료까지 시간은 남아 있다. 한 대행의 결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