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의료 공백 장기화 종지부 찍기 위해 대화 나서라
정부 공식 사과 전향적 입장 변화
의료계, 국민 피로감·고통 감안을
정부·의료계 갈등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빚어진 지 어느새 1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게 사과했다. 이와 함께 의료계 요구 사항인 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련 및 입영 특례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 안에서도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린다. 의료 파행이 빚어진 지 어느새 1년이다. 여의정 협의체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출범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마침 대한의사협회가 신임 회장을 최근 선출했고, 정부는 그동안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최소한의 대화 조건이 갖춰진 셈이니 이제는 의정이 갈등 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2026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를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전공의, 교수, 의대생 여러분들께 미안하다”고 했다. 먼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정부는 또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수련하던 병원에서 다시 수련받길 원할 경우 올해 3월부터 복귀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입영 대상이었던 전공의가 수련을 재개하면 수련을 모두 마친 후에 입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의 사과와 전공의에 대한 조치는 의료계가 거듭 요구해 온 사항이다. 이에 정부가 화답한 만큼 의정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의료계도 무조건 대화를 거부하는 식의 대응은 지양할 때가 됐다. 당장 2026학년도 정원 확정이라는 당면 현안을 해결하려면 대화에 나서는 게 옳다. 대입 일정에 따라 적어도 2월 말까지 결정하기 위해선 서둘러 의료계 내부 의견을 수렴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역시 의료계를 설득할 실질적인 대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계획과 충분한 소통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금은 되레 기회의 시기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실질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 공백이 빚어진 지 어느새 1년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의료 정상화를 위해 먼저 자세를 낮춘 것은 일단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제 과도한 불신을 거두고 대화의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료계의 태도 변화에 기대를 걸게 된다. 최근 전공의들의 지지를 받는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이런저런 대화의 계기가 쌓이고 있다는 신호들이다. 그런 만큼 지금은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의 출구를 찾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피로감과 고통은 이미 극한에 달해 있다. 의정이 기존의 주장만 의미 없이 반복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