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유학생 유치 비자 엇박자로 차질 빚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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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비자 발급 늦어 1885명 입학 포기
지역 특성 반영한 광역비자 전향적 검토를

2월 28일 부산 남구 국립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대학극장에서 열린 2025학년도 1학기 외국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태권도 시범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2월 28일 부산 남구 국립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대학극장에서 열린 2025학년도 1학기 외국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태권도 시범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부산 지역 20개 대학에 입학 예정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5787명 중 1885명이 비자 발급 거부나 지연으로 입학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명 중 1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비자 문제로 ‘부산행’을 포기한 것이다. 재외공관을 통한 유학 비자(D-2) 신청이 개학 전에 처리되지 않은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재외공관을 통한 유학 비자 신청 건수는 7만 114건으로 4년 전인 2020년 3만 6046건과 비교해 배 가까이 증가했다. ‘K컬처’ 흥행 등으로 한국 유학 수요는 급증했지만, 법무부의 비자 발급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엇박자를 내는 것이다. 지역소멸, 학령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대학이 돌파구로 모색했던 유학생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지역 대학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대학들은 매년 유학생 다수가 비자 발급 문제로 입학조차 못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외국인 유학생 입학 취소는 고스란히 등록금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학 재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비중이 크다. 비자 발급이 늦어져 입학을 취소하면 등록금을 환급해야 해서 학교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을 유치하기로 한 부산시도 고심에 빠진 상태다. 비자 발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학생 유치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주도형 획일적 비자 제도에서 탈피해 각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지역 기반 비자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역비자’로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비자 발급과 체류 기간 결정 권한 일부를 법무부로부터 넘겨받아, 주도적으로 비자를 설계하고 발급하는 제도다. 부산시는 이달 초 법무부의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2년간 외국인 유학생 1000명을 지역 대학에 유치해 미래 신산업 분야 글로벌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하지만 법무부 산하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의 비자 담당 인력이 2명뿐이어서 유학생 비자 발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청년 인재 유출, 생산 인구 급감으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당장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만큼, 적극적인 외국인 유입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조건 완화 등 ‘지역 맞춤형 외국인 정책 도입’을 촉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히 광역비자는 지방이 생존하기 위해 절박하게 내놓은 시도다. 정부도 지자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광역비자의 정착과 확산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법무부의 비자 발급 권한 이양을 통해 지역 수요에 맞게 외국인을 데려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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