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학생 비자 4년 제한…학생·가족 등 2만 5000명 ‘날벼락’
기존 체류학생·유학준비생 모두 적용…당장 9월 학기 적용 예상, 혼란 우려
교환방문 비자 체류 기한도 4년으로…외국 언론인 비자는 240일로 제한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B
미국 유학의 ‘상시 체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오는 9월부터 미국 유학생 체류 제도가 48년 만에 대폭 바뀌면서 한국인 유학생과 가족 등 2만 5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등의 체류 기한을 최장 4년으로 제한하고 이후에는 엄격한 연장 심사를 받도록 하면서 미국 유학을 계획하거나 이미 학업 중인 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F 비자(외국인 유학생)를 소지한 이들과 교환방문 J 비자(연수, 인턴 등) 소지자들이 미국에 최장 4년까지만 머무르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이전에는 F·J비자를 소지한 경우 정규과정 학업을 마칠 때까지 자동 연장 과정을 거쳐 미국에 사실상 무기한 체류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체류 기간이 고정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4년이 지난 후에도 체류가 필요하다면 DHS에 연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DHS는 “학생비자 연장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기에 학업과 관련한 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연장 승인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학생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4년 체류’ 규정으로 자동 전환된다. DHS는 전공 변경에 엄격한 제한을 두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공을 바꿔 체류 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도 변경 필요성 등을 꼼꼼하게 따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HS는 “1978년 이후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해진 기한 없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의 학생들이 출국을 피하려고 계속 수업에 등록하면서 ‘영원한 학생’이 될 수 있었다”며 “이번 최종 규정으로 이런 악용을 종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이민 사기’가 만연하는 환경을 조성해왔다”며 “최종 규정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본래 목적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해외 언론인에게 발급했던 I비자의 체류 기한 또한 기존 5년에서 240일로 대폭 단축된다. 중국 국적의 언론인은 이보다 더 짧은 90일 단위로 연장을 하도록 규정했다.
체류자격 유지 정책 폐지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유학생 감소에 따른 사립대 재정 악화나 언론 자유 제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해 반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규정은 9월 중순께 발효될 전망이다. 학생비자 소지자의 경우 당장 9월 새 학기부터 이 규정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이미 미국에서 학업 중인 유학생들은 물론 한국을 비롯해 각지에서 미국 유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학을 온 이후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공을 바꿔야 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더라도 체류 기한 제한에 발목이 잡히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F-1 학생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만 1861명이고 F-2 비자로 함께 머무는 이들의 가족은 1347명이다. J-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교환 방문자는 7985명이고 이들의 가족은 3180명이며, I 비자 소지자는 349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2만 4722명의 한국인이 이번 제도 변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고, 유학 준비생 등까지 포함하면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