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천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 뺀 껍데기만 남길 텐가
연구개발 본부 소재지 대전 법안 안 된다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과천행도 몰상식
지난해 5월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시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판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은 대한민국을 우주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시킬 우주항공 생태계의 핵심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하지만 개청 1년을 앞둔 현재, 우주항공청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정부와 정치권 등의 도 넘은 처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우주항공청 개청일인 5월 27일을 국가기념일인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릴 첫 기념식을 우주항공청 본사가 있는 사천이 아닌 경기도 과천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사천은 물론 경남 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설립된 우주항공청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주항공청의 핵심 기능인 연구개발 본부를 사천이 아닌 대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법안도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2명은 지난해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우주항공청에 우주항공기술의 연구개발 및 우주항공산업의 육성·진흥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본부를 둔다’는 기존 조항을 ‘연구개발 관련 사업 본부의 소재지는 대전광역시로 한다’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연구개발 기능을 대전으로 빼간다는 것은 사천 우주항공청을 빈 껍데기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는 대한민국 국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사천 시민 등 경남 도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천시와 경남도는 글로벌 우주항공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아우르는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주항공 강국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관련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우주항공청의 백년대계를 훼손하는 행태를 이어가는 것은 경남은 물론 동남권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우주항공청은 남부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천 등을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개청 1년을 앞둔 지금은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범 정부적 지원을 쏟아부을 때다. 그런데도 우주항공청의 핵심 기능을 다른 광역지자체로 빼가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것이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혹여 정치적 논리에 편승해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인 우주항공 생태계를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행정 기능만 남겨진 우주항공청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에 젖은 비상식적 행태들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