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스펙터’ 타보니…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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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출시 ‘스펙터’ 고성능 버전
검보라 2도어 쿠페…실내는 은하수
정숙성 뛰어나…엔진음·풍절음 ‘뚝’
내비게이션 등 첨단 편의장치, 주행거리 아쉬움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스펙터’ 주행모습.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스펙터’ 주행모습.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세계 최고급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와 전기차는 맞지 않는 옷같은 느낌이다. 고급차를 소유하는 이들이 굳이 효율성을 위해 전기차를 선호할까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브랜드 최초 전기차 ‘스펙터’는 출시후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롤스로이스 전체 라인업 가운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컬리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 울주군을 왕복하는 약 70km 구간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블랙 배지 스펙터’ 등 주요 판매 모델의 시승회를 가졌다. 이날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블랙 배지 스펙터와 컬리넌이다.

블랙 배지 스펙터는 지난해 5월 국내에서 공식 출시한 스펙터의 고성능 버전이다.

이 모델을 보면 외관 컬러부터 독특하다. 출시와 함께 처음 선보인 ‘베이퍼 바이올렛’ 컬러로, 짙은 검정과 보라색이 어우러져있다. 1980~1990년대 클럽 문화의 네온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한다.

고객은 이 컬러뿐만 아니라 4만 4000가지 이상의 비스포크 색상 팔레트에서 원하는 컬러를 선택하거나, 비스포크 디자이너와 협업해 고유한 색상을 개발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운전석과 조수석 문을 B필러(1열과 2열 사이 차체 기둥)쪽이 아닌 A필러(앞유리와 1열 사이 차체 기둥)쪽에서 열 수 있는 2도어 쿠페로, 전장이 5490mm에 달하고 전폭은 2015mm로 넓다. 실내공간을 가늠케하는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거리)는 3210mm로 2열 공간도 꽤 넓게 나온다. 다만 전고는 1575mm로 낮은 편이다.

블랙 배지 특유의 고광택 검정 마감은 판테온 그릴, 환희의 여신상, 더블 R 배지, 도어 핸들, 윈도 프레임, 범퍼 액센트 등 외장 곳곳에 적용돼 있다.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스펙터’ 실내.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스펙터’ 실내.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루프와 도어 안쪽에 빛나는 5500개의 ‘별’로, 다양한 크기와 밝기로 수놓아져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롤스로이스모터카 측은 “검정색 볼리바르산 목재 위에 탄소 섬유와 미세한 금속 실을 정교하게 결합하는 테크니컬 파이버 마감으로 완성했으며, 다이아몬드 패턴과 수작업 마감이 깊이 있는 입체 효과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주행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역시 롤스로이스라는 감탄이 나온다. ‘매직 카펫 라이드’ 때문이다. 노면의 충격을 에어서스펜션이 효과적으로 흡수해 ‘마치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조용한 전기차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실내는 달리는 차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과속방지턱에서도 충격 흡수가 뛰어났다.

또한 이날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도 모터음이나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도어의 이중접합유리가 꽤나 두껍다. 이날 앞서 주행한 가솔린 내연기관의 ‘컬리넌’이랑 정숙성에서 차이가 없었다.

해변길 꾸불꾸불한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롤스로이스모터카 측은 “조향의 무게감을 높이고 롤 안정화 기능을 조정해 더 직관적인 피드백과 뛰어난 코너링 안정성을 제공하고, 댐퍼 성능 강화로 차체 제어력을 높여 가감속 시 발생하는 앞뒤 쏠림 현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블랙 배지 스펙터는 최고출력 659마력, 최대토크 109.6kg·m의 성능을 낸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인피니티 모드’와 ‘스피리티드 모드’는 강력한 출력을 직관적으로 이끌어내며 폭발적인 가속감과 몰입도 높은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스티어링 휠의 ‘∞’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되며, 659마력의 최고 출력과 즉각적인 페달 반응을 제공한다. 이 모드를 사용하면 주행 상황에 따라 계기판 디스플레이의 색상도 더욱 생동감 있게 바뀐다.

이날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스피리티드 모드’는 런치컨트롤 모드와 같다.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햅틱, 시각적 반응과 함께 활성화된다. 이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토크가 순간적으로 109.6kg·m까지 치솟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3초 만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가속력을 발휘한다.

아쉬움은 최근 전기차들이 보여주는 V2L(차량 외부전력 공급), 800V 고전압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장치들이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 충전은 스펙터 기준 195kW DC 급속으로 충전할 때 10%에서 80%까지 올리는데 34분 걸린다고 한다. 800V 고전압시스템을 장착할 경우 80% 충전에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차체 크기에 비해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도 작게 느껴졌다. 특히 내비게이션은 최근 롤스로이스의 대주주인 BMW가 국내에서 T맵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자체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이때문에 여러가지 갈림길이 있는 경우 맵에서 확실하게 표시해주지 않아 다소 헷갈리게 안내했다. 또한 고속도로 IC를 찍었는데 IC 다리 아래로 안내하기도 했다.

배터리 용량도 102kWh로 대용량이지만 1회 완충시 주행가능거리가 398km다. 현대차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110.3kWh에 주행가능거리가 511~532km인 것과 비교된다.

블랙 배지 스펙터가 대용량 배터리를 갖추고 있음에도 주행가능거리가 다소 낮게 나온 것은 공차중량이 2902kg에 달하기 때문. 아이오닉 9의 경우 공차중량이 2505~2560kg으로 블랙 배지 스펙터에 비해 340~400kg 가볍다. 판매가격은 7억 2000만 원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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