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고지’ 목전 코스피… 짙어지는 ‘양극화 ’그늘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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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쏠림 현상 갈수록 심화
시총 8조 원 ‘동전주’ 상폐 임박
중소기업 자금 조달 난항 경고
자산 불평등 해소할 정책 시급

코스피가 9000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던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념 타종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9000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던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념 타종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1만 피’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한국 증시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찬란하지 않다. 거침없는 대형주 중심의 랠리 이면에 중소형주와 내수 기업들이 무더기로 퇴출 위기에 몰리는 등 전례 없는 ‘증시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9000피 넘어 ‘1만 피’ 목전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사상 최초로 9000선 안착에 성공한 뒤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4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이뤄낸 가파른 수직 상승이다.

이 같은 대폭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이클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이들 종목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지수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 흐름이 이어질 경우 1만 피 달성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9000선 돌파에도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8.46배에 불과하다”며 “2010년 이후 평균치인 PER 10배 회복만으로도 1만선 돌파가 가능하고, 2분기 실적 시즌에서 전망이 추가 상향될 경우 1만 1500선 돌파 시도도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축포 소리에도 하락 종목이 더 많았다

그러나 축포 소리가 커질수록 한국 증시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대형주 중심의 랠리에 지수는 올랐지만 대다수 종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전체 상장 종목 945개 중 올해 들어 상승한 종목은 351개(37.1%)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579개(61.3%)에 달했다. 최근 들어서는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6월 들어 지난 8일 7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9000선까지 20% 넘게 수직 상승하는 동안, 상승 종목은 243개(25.7%)에 불과했던 반면 하락 종목은 672개(71.0%)에 달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의 그늘은 더 깊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4월 1200선까지 올랐으나 대형주 쏠림 현상이 지속되자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현재 950선에 머물고 있다.

■다가온 동전주 상폐 대란

이 같은 양극화의 가장 어두운 단면은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온 ‘동전주 상폐 대란’이다. 다음 달 1일 한국거래소의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시행되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곧바로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가 1000원을 밑도는 동전주는 코스닥 148개, 코스피 42개 등 총 219개에 달하며,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만 8조 원을 넘어선다.

이미 시총 미달 요건에 걸린 코스피 상장사 ‘일정실업’이 이달 말 퇴출을 확정 지은 가운데, 하반기부터 대규모의 자금이 시장에서 증발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식병합이나 궁여지책식 인수합병(M&A)으로 우회를 시도 중이지만, 당국의 규제 강화와 시장의 냉랭한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쏠림이 만든 변동성

증시의 양극화와 쏠림은 변동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반도체 대형주들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소수 종목에 대한 충격이 전체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증시 변동성을 자극할 굵직한 이슈들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24일(현지 시간) 발표되는 미국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을 비롯해 MSCI 연례 시장 분류 결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 등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 외에도 마이크론 실적 발표, 미국 5월 PCE와 같은 이벤트가 존재해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구간”이라고 밝혔다.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이 지속될 경우 성장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증시 쏠림이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주식시장 양극화는 사실은 심각한 자산 양극화를 부른다”며 “그걸 완화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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