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난자 평생 관리·전국 네트워크 고려를"
난자 냉동 보존
미래 임신 위한 보험, 냉동 보존 관심
나이가 임신 성공률에 절대적 영향
AMH 정상이라도 시기 놓치면 곤란
가능하면 30대 초반에 결정 권장
마리아의료재단 전국 11개 분원서
거주지 옮겨도 별도 비용없이 이전
언젠가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당장은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들 사이에서 난자 냉동 보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난자 동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산마리아의원 구윤희 부원장. 부산마리아의원 제공
35세 이상 여성은 고위험 산모군에 해당된다. 물론 35세를 넘어서 40대에도 거뜬히 출산하는 산모들이 많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는 임신 성공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자 냉동보존(난자 동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언젠가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지금은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들이 그 대상이다. 난자 동결은 ‘미래의 임신을 위한 보험’ 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는 지난해초부터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등 의학적 사유로 난자 동결 시술을 원할 경우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서울·경기·세종 등 일부 지자체는 의학적 사유도 따지지 않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난자 동결을 지원한다. 실제로 산부인과 클리닉을 찾는 현장 상담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마리아의원 구윤희 부원장은 “1~2년 사이 분위기가 분명히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막연히 알아보러 오시는 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인생 계획의 일부로 미리 결정하고 오시는 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상담을 찾는 환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미혼 여성, 결혼 후 임신 계획을 미뤄둔 30대 후반 여성이 주를 이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난임시술 환자의 평균 연령은 37.9세에서 37.3세로 낮아졌고, 30대 초반 환자 비중이 23.9%에서 27.9%로 가장 크게 늘었다. 환자들이 점점 더 일찍 결정하고 있다는 신호다.
■AMH 수치만 보고 안심해선 안된다
난자 동결을 고민할 때 가장 흔한 오해가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다. AMH는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난자의 전 단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산부인과 외래에서는 쉽게 ‘난소 나이 검사’라고 설명한다. 여성은 정해진 수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며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난자의 수가 줄어들어 AMH 수치도 점점 감소한다. 한 번의 채혈로 간단히 AMH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최근 보편화됐지만, 활용 범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구 부원장은 “AMH가 정상이라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받아들이는 환자분이 의외로 많은데,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며 “AMH는 난자의 개수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난자의 질은 알려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난자의 질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나이다. 일반적으로 35세를 지나면서 난소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하고,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난자의 염색체 이상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AMH 수치가 양호하더라도 35세 이후 채취한 난자는 30세 이전 채취 난자보다 임신 성공률이 낮다. AMH는 시술 시 채취 가능한 난자 수를 가늠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임신 결과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구 부원장의 설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 번의 시술로 채취되는 난자 수는 25~29세에서 평균 16개, 30대 초반 14개 수준이지만 35~39세에는 10개, 40대 초반에는 6개 정도로 떨어진다. AMH 결과와 별개로 시술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난자 수 자체가 나이에 따라 줄어든다는 의미다. 동결해 둘 난자를 충분히 확보하려면 결국 시기 선택이 결정적이다.
영하 196도 액체질소 탱크에 난자를 동결해 보관하는 장면. 부산마리아의원 제공
■난자 동결 언제가 가장 효과적인가
시기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구 부원장은 “통상 35세 이전을 권하고, 가능하다면 30대 초반에 시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동결해 둔 난자는 시간이 지난 뒤 사용하더라도 동결 당시 연령의 임신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동결 기술 역시 과거와 다르다. 예전의 슬로우 프리징 방식은 천천히 얼리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형성돼 난자가 손상될 위험이 있었다. 현재 표준인 유리화 동결은 초급속으로 얼리는 방식이라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고 난자가 유리 상태로 보존되며, 해동 후 생존율이 신선 난자에 가깝다.
시술은 약 2주의 과배란 유도, 정맥마취 하의 난자 채취, 액체질소(-196℃) 보존의 순서로 진행된다. 채취 자체는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되며, 환자는 보통 채취 당일 일상으로 복귀한다.
나이에 따른 임신율의 변화도 분명하다. 40세의 체외수정 임신율은 신선배아 기준 24.3%, 동결배아 37.6%였지만 44세에는 각각 7.1%, 14.9%로 뚝 떨어졌다. 단 몇 년 차이가 결과를 크게 바꾸는 셈이다. 구 부원장은 “동결 시점의 결정이 그 뒤 10~15년의 임신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시술 전 충분한 상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 동결, 평생 보관’ 전국 네트워크
난자 동결 이후 상황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시술을 받고 난 후에 이사, 결혼, 직장 이동 같은 변화로 처음 동결한 병원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관 중인 동결 난자를 다른 병원에서 그대로 이어 쓸 수 있는지 여부가 동결 시점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마리아의료재단은 부산을 포함해 서울, 일산 등 전국 11개 분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분원에서 동결한 난자든 다른 분원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구 부원장은 “부산에서 동결한 난자를 결혼 후 수도권에서 사용하거나, 거주지를 옮긴 뒤 가까운 분원에서 시술을 이어가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분원 사이의 동결 난자, 동결 배아 이전은 별도 비용 없이 이뤄진다.
구 부원장은 “동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환자분이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며 “어느 분원에서 시작하더라도 동결 시점의 결정을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구 부원장은 마지막으로 “난자 동결은 미래의 임신을 위한 가장 적극적인 결정인 만큼,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전문 의료기관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