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선관위 개혁과 참정권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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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는 조국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 지방자치는 헌법에 명시돼 있었지만, 군사정권은 헌법 부칙과 임시조치법을 동원해 무려 30년 넘게 사문화했다. 지역민이 선출해야 할 그 자리는 중앙에서 임명된 낙하산으로 채워졌다. 위정자들에게 지역민의 참정권은 ‘지방 통치’에 방해물일 뿐이었다. 빼앗긴 참정권이 회복된 계기는 1990년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무기한 단식이다. 목숨을 건 저항으로 여론이 비등해지자 정부는 단식 13일 만에 지방자치법 개정을 전격 수용한다. 그 결과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단체장 선거가 시행되어 오늘에 이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를 하지 않으면 관권·금권선거와 투개표 부정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려는 곧 사실로 입증됐다. 1992년 14대 총선 때 당시 한준수 충남 연기군수가 내무부 장관과 도지사의 지시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행정부 임명 단체장이 집권 세력의 선거 도구로 동원될 수 있다는 위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안착하면서 부정선거 시비는 잦아들었다. 민선 시대가 열린 덕분에 평화적 정권 교체도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게 되찾은 참정권이 6·3 지방선거에서 봉변을 당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참정권이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핵심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무책임과 부실이다. 중립과 공정을 위해 헌법상 독립을 보장받았지만 비상임 위원장 체제, 허술한 내부 감찰, 현장 대응력 부재, 반복되는 조직 기강 해이 끝에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특혜 채용과 소쿠리 투표 논란 등 허점이 드러날 때마다 미봉책에 그친 탓이다. 엄격한 감시와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개헌 논의를 포함한 전면적 선관위 개혁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핵심은 독립성의 폐기가 아니라 독립성을 감당할 책임과 견제 구조다. 올해 9회 지선 때도 부산 일부 기초지자체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과거 연기군수의 관권·금권선거 고백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선관위 개혁의 방향은 권력 기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국민의 높아진 주권 감수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참정권을 지키는 제도적 장치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선관위 독립도, 선관위 개혁도 이 원칙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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