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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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1971~)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말입니다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미꾸라지가 바둥거리면서 떨어지지 말입니다 미꾸라지 주둥이가 뾰족한 것은 물에 얼굴을 갈면서 거꾸로 기어오르기 때문이지 말입니다 구름의 벼랑에서 꽃이 피는 줄 알아 냇가에서 힘껏 솟구치지 말입니다 수염으로 물길을 읽다가 제 몸무게 때문에 떨어져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지 말입니다 빗방울들을 부하로 거느리고 장대하게 떨어지지 말입니다 빗방울들은 미꾸라지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엎드려 흘러가지 말입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으면 빗방울들이 온통 미꾸라지 같지 말입니다

시집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2025)

강한 회오리바람이나 용오름이 물고기들을 상공으로 들어올렸다가 바람이 약해지면 땅으로 떨어뜨리는 ‘물고기 비’라는 기상 현상이 있습니다. 시인은 소나기 속에서 왕관을 쓴 미꾸라지들을 보기 위해 눈을 감고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봅니다. 구름의 벼랑에 피는 꽃을 보려고 힘껏 솟구치는, 수염으로 물길을 읽는 미꾸라지들. 잉어목 미꾸리과 미꾸리속에 속하며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미꾸라지들은 환경 상태를 나타내주는 지표동물이기도 합니다. 생태계에서 송사리와 더불어 모기 유충을 잡아먹음으로써 여름 불청객인 모기의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실 미꾸라지는 물을 맑게 하는 이로운 생물입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미꾸라지들을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긴 더위를 해결해줄 비가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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