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다찌형 통영 관광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엔 먹거리가 넘쳐난다. 봄철 도다리쑥국을 시작으로 장어와 굴, 졸복, 물메기 등 남해에서 나는 싱싱한 계절 해산물을 재료로 한 향토음식들이 연중 미식가들을 사로잡는다.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 우짜면 등 이색적인 먹거리들도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메뉴로 유명하다.
하지만 애주가들은 통영의 독특한 식문화 가운데 다찌를 으뜸으로 꼽는다. 다찌 전문 식당에서는 안주를 따로 고르지 않아도 된다. 제철 회와 해산물, 생선으로 만든 구이·찜·탕 등의 안주가 계속 상에 올라온다. 과거 뱃사람들이 술을 주문하면 별도로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인심 좋은 주인이 알아서 차려주던 데서 유래된 게 다찌 문화라고 한다. 요즘엔 다찌의 푸짐한 상차림이 되레 부담스러운 손님을 위해 가격대를 낮추고 음식 가짓수를 줄인 반다찌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찌라는 이름은 일본 선술집 문화인 ‘다치노미’에서 전래됐다는 설과 ‘무엇이든 다 있지’라는 말에서 음을 따왔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다찌 전문 식당은 통영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통영시가 미륵도 관광특구를 다찌를 콘셉트로 한 체류형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채로운 음식을 내놓는 다찌처럼 관광객들이 미륵도의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쉼 없이 즐기도록 하겠다는 게 다찌형 관광지 조성 전략의 핵심이다. 시는 최근 경상남도 주관 2027년 노후관광지 재생사업 대상지 공모에 이런 계획안을 제출해 선정됐다. 시는 2028년까지 2년간 20억 원을 투입해 미륵도 일대를 글로벌 수준의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통상 관광객들이 꼽는 통영 관광 1번지는 강구안이라고 불리는 통영항과 인근에 자리한 조선 시대 충청·전라·경상도 삼도 수군 본진인 삼도수군통제영, 통제영 동쪽 편에 자리한 벽화마을 동피랑, 서쪽의 서피랑 등이다. 미륵도는 산양일주도로 중턱에 자리한 일몰 명소인 달아공원,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 등의 명소를 대거 갖추고도 단순 경유형 관광지로 치부됐다. 시는 미륵도만의 매력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개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명소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음식 문화인 다찌의 특징을 차용한 색다른 관광 전략이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