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의 과기세] 지역과학기술혁신법과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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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한국과학사학회 회장

오늘날 과학기술은 권위 있는 지식 체계의 일종이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원천으로서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변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정책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모든 정책에 과학기술이 스며드는 경향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은 1967년에 과학기술진흥법이 제정되고 과학기술처(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정책은 2001년에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5개년 단위로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다. 과학기술기본법의 제7조는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다루어야 할 주제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지방과학기술의 진흥’도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조례 제정 BISTEP 설립

하지만 시 연구비 서울 11.8%

예산 늘리고 사업 실효성 높여야

주목할 만한 지표로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0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지역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R-COSTII)를 들 수 있다. 부산광역시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2021년 9위, 2022년 7위, 2023년 9위, 2024년 9위, 2025년 8위를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1위 경기, 2위 서울, 3위 대전은 거의 고정되어 있으며, 4위 이하는 1위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 평점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지역주도 과학기술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지역과학기술혁신법)’을 마련했다. 이 법은 올해 5월 19일에 제정되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역과학기술혁신법 제6조는 지역과학기술혁신계획을, 제9조는 지역과학기술 중장기 투자혁신전략을 5년 단위로 수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제10조는 지역의 과학기술자문회의에 관한 사항을, 제11조는 지역별 과학기술 전담기관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부산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에는 부산광역시 과학기술진흥조례가 제정되면서 부산광역시 과학기술진흥위원회가 설치되는 가운데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이 설립되었다. 2017년에는 제1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2022년에는 제2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이 수립되었고, 2023년에는 제1차 부산 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이 마련되었다. 외향적인 측면에서는 부산의 과학기술정책 시스템이 전국적인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과학기술진흥위원회는 초창기를 제외하면 매년 1~2회 개최되는 것에 머물러 있고, 위원장인 부산광역시장의 발걸음도 거의 없다. BISTEP의 명칭이 2018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2024년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으로 바뀌는 등 과학기술 전담기관의 기능과 역할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부산의 과학기술정책이 형식적 제도화를 넘어 실질적 성과를 축적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2024년을 기준으로 부산은 국비 전체의 4.2%인 1조 1100억 원을 유치했다. 서울, 경기, 대전, 경남에 이어 전국 5위이다. 부산의 국비 유치액에서 정부부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양수산부 30.1%, 산업통상자원부 2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8.8% 등으로 조사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 예산에서 부처별 비중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3.7%, 산업통상자원부 18.2%, 해양수산부 2.8% 등으로 집계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산시가 직접 투자하는 연구개발예산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부산시는 국비 매칭으로 687억 7700만 원, 자체 연구개발비로 167억 1400만 원을 포함하여 854억 9100만 원을 투자했다. 그중에서 자체 연구개발비는 전국 8위를 기록했는데, 1위인 서울은 1413억 7400만 원을 기록했다. 부산의 인구는 서울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부산의 자체 연구개발비는 서울의 11.8%에 불과한 셈이다.

이와 같은 간단한 통계만 보더라도 부산의 과학기술정책이 안고 있는 숙제는 분명해진다. 부산시의 자체 연구개발비가 큰 폭으로 증가해야 하고 해양수산부 이외의 다른 부처로부터 연구개발 예산을 더 많아 유치해야 하는 것이다.

BISTEP과 같은 과학기술 전담기관은 단순히 연구개발 과제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다. 부산시의 과학기술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더욱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기획하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다. 그런 과정에서 부산시가 주관하는 과학기술 사업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고, 부산이 주도적으로 중앙정부의 역(逆)매칭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연구개발에 관한 포괄보조금이 자리를 잡으면 과학기술 전담기관의 기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과학기술로 다시 뛰는 부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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