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데간데없는 원전 현안 논의, '유명무실' 역량 워크숍
기장군이장협, 역량강화 행사
원전 현안 공유차 행사 개최
4시간 30분 중 50분만 배정
예산 대부분이 식비·기념품
“원전 관련 교육, 내실 부족”
지난 10일 기장군 일광읍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장군 이장협의회 역량강화 워크숍 모습. 독자 제공
부산 기장군 이장협의회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의 지원으로 개최한 ‘역량강화 워크숍’이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크숍 중 원전의 현안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없었던 데다 지원금 대부분이 식대와 기념품 구입에 쓰이는 등 예산 편성이 방만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기장군이장협의회는 지난 10일 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기장군 이장협의회 역량강화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계속가동(수명 만료로 중단된 원전 가동 재개), 건식저장(고리 원전 내 추진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 방식) 등 원전과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호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장군이장협의회는 기장군 내 5개 읍면 188개 마을의 이장들로 구성된 주민 협의체다. 이날 워크숍에는 기장군 내 이장 160여 명, 5개 읍·면장, 시·구의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이하 한수원)은 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이번 워크숍 개최 비용 2738만 원을 지원했다. 이 비용에는 장소 대관료와 강사료, 식대, 기념품 구입 등이 포함됐다. 한수원은 매년 ‘한수원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원전 주변 지역의 복지와 문화 진흥 등 명목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는 이 외에 계속운전 등에 대한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예산도 배정됐다.
문제는 예산에 비해 실제 워크숍이 진행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이 가운데 워크숍 개최 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강의에 배정된 시간은 50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협의회 임원진과 참석자 소개, 점심 식사 등으로 채워졌다.
강의 내용도 당초 워크숍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강의는 이장으로서 주민과의 소통, 리더십 등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해도 계속가동, 건식저장 등 기장군 내에서 논의되는 원전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에 예산이 방만하게 편성됐고, 이를 심사하고 집행하는 한수원 고리 본부 측의 관리·감독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협의회의 예산안에 맞춰 한수원이 지원한 비용 2738만 원 중 대부분인 약 2500만 원은 식대와 기념품 구입에 쓰였다. 반면 행사 대관료·강사료는 전체 예산의 10%에도 못 미치는 200만 원이 책정됐다. 이에 더해 이날 행사에는 한수원 소속 직원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원전 관련 제도나 정책 추진 계획에 대한 교육이 프로그램에 포함됐으면 보다 워크숍이 내실 있게 이뤄졌을 것”이라며 “행사를 기획한 협의회와 이를 관리해야 하는 한수원 모두 제 역할을 못 했다”고 꼬집었다.
협의회 측은 워크숍이 본래 취지와 계획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협의회 최창호 사무국장은 “과거 외지에서 1박 2일로 진행되면서 다소 늘어졌던 워크숍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일정을 짧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장은 주민들에게 원전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회의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과 리더십에 대한 교육도 워크숍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을 낸 참석자들에게 기념품 하나 정도는 챙겨 갈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측은 “해당 워크숍 내용은 지난해 사업 공모 선정 당시 기준에 부합했다”며 “행사 내용, 예산 집행 적정성 등 사업 효과성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회에서 제출하는 정산보고서를 토대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