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검·경, 동시 수사 ‘각축전’
검, 15일 광주청 압수수색
사건 지휘 라인 수사 확대
경, 증거 은폐한 간부 송치
보완수사권 존폐 속 신경전
15일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광주경찰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윤기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광주경찰청 지휘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과 경찰은 ‘초유의 동시 수사’를 진행하며 연달아 차담회와 브리핑 등을 열고 언론과 접촉하려고 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보인다.
광주지검은 15일 오전 광주경찰청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강력계장-형사과장-수사부장-광주경찰청장 등 장윤기 사건 지휘 라인을 대상으로 당초 의사결정 전반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피해 여학생 납치를 시도할 때 차 안에 있었던 결박 도구(케이블타이), 훼손된 성인 여성 형상의 리얼돌 등 주요 증거를 실물로 확보하지 않은 경위에 지휘부의 명령 등이 있었는지 규명 중이다.
또 일련의 정황에도 경찰이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인 ‘일반 살인죄’를 적용하고,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에게 수시로 수사 정보가 전달된 과정에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에 입건된 경찰관들은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의 서장과 형사과장, 현장 수사팀 관계자들로 알려졌다.
검찰과 별도로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이날 광산경찰서 형사과 담당 팀장인 박모 경감을 증거인멸,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에 따르면 박 경감은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팀원들의 조사 범위를 제한하고, 성적 범행 목적을 검토해야 한다는 과학수사 분야 면담 보고서를 수사 기록에서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윤기가 피해자를 제압할 때 차 뒷문이 열려있던 것으로 분석된 보고서 역시 ‘불분명하다’로 재작성하도록 지시했으며, 이전 스토킹 범죄 수사보고서에서도 특정 내용을 빼도록 지시했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케이블타이, 리얼돌 등 주요 증거를 인멸하게 된 배경에도 박 경감의 지시가 있었다. 그는 실물 확보 없이 차량과 자취방을 사건 하루 또는 사흘 만에 가족에게 인계하도록 했다. ‘봐주기 수사’ 의혹이 확산하던 지난 2일에는 자료를 추가 송치하라는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현장 감식 영상을 삭제하라는 명령까지 팀원에게 내렸다.
박 경감은 “증거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범행 축소 배경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박 경감의 직속상관인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으며, 장윤기 아버지에게 구속 계획 등 수사 정보를 흘린 강력팀 소속 A 경사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 중이다.
오동욱 특별수사단장(경무관)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수사 담당자가 도리어 범행의 증거물을 은닉함으로써 유가족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장윤기 사건 담당 경찰의 비위를 규명 중인 검경은 연달아 차담회와 브리핑 일정을 겹치게 잡는 등 언론 접촉을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선 수사관과 지휘관 등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경 조사실에 따로 출석하는 초유의 상황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에서 검사 보완 수사권 폐지 문제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검경이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동일한 피의자와 동일한 혐의에 대해 검경이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원이 수사 주체를 정리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