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초청 넘어선 지속적 축적…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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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성과, 명확해진 부산만의 협업 모델
단순 교육 벗어나 제작·유통으로 선순환
청년 무용수 실제 현장 캐스팅으로 직결
에든버러 진출 등 지역 기반 글로벌 매개
지속 가능한 창작 레퍼토리 구축이 관건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타우피크 이제디우가 잠시 쇼케이스를 중단하고 무언가 지도하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타우피크 이제디우가 잠시 쇼케이스를 중단하고 무언가 지도하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 공연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마스터 안무가들. 맨 오른쪽 안경 쓴 이가 타우피크 이제디우, 가운데 흰색 상의(통역자) 옆 검은 티셔츠 차림의 테트 카스크.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 공연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마스터 안무가들. 맨 오른쪽 안경 쓴 이가 타우피크 이제디우, 가운데 흰색 상의(통역자) 옆 검은 티셔츠 차림의 테트 카스크.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마친 뒤 캠프 수료증을 받은 청년 무용가들과 마스터 안무가, 쇼케이스 참관자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마친 뒤 캠프 수료증을 받은 청년 무용가들과 마스터 안무가, 쇼케이스 참관자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올해로 5회를 맞은 부산국제안무가캠프가 이제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2022년 출범한 부산국제안무가캠프는 더 이상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에서 출발한 창작이 해외 레지던시, 공동 제작, 국제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실험하며, 일종의 ‘부산형 국제 협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부산시민회관에서 제5회 캠프를 개최했다. 20여 명의 청년 무용예술가가 참여한 이번 캠프는 워크숍과 창작, 쇼케이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으며 ‘교육–제작–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오는 8월, 캠프 출신 창작자들이 에든버러 프린지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는 점은 이 구조가 실제 국제 유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 신은주 운영위원장이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마스터 안무가로 수고한 모로코 출신의 프랑스 안무가 타우피크 이제디우(오른쪽)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 신은주 운영위원장이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마스터 안무가로 수고한 모로코 출신의 프랑스 안무가 타우피크 이제디우(오른쪽)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스토니아 안무가 테트 카스크(오른쪽).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스토니아 안무가 테트 카스크(오른쪽).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올해 캠프의 핵심은 두 명의 마스터 안무가가 제시한 창작 방법론이었다. 모로코 출신의 프랑스 안무가 타우피크 이제디우(Taoufiq Izeddiou)는 신체의 집단성과 의식적 에너지를, 에스토니아 안무가 테트 카스크(Teet Kask)는 구조적 실험과 개별 신체의 탈주를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동시대 안무가들이 어떻게 ‘작품을 조직하는가’를 현장에서 체득했다.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타우피크 이제디우의 '금빛 영혼'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타우피크 이제디우의 '금빛 영혼'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타우피크 이제디우의 '금빛 영혼'에 출연한 브니엘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아원 무용수.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타우피크 이제디우의 '금빛 영혼'에 출연한 브니엘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아원 무용수.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이제디우의 ‘금빛 영혼’은 이러한 캠프의 축적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2024년 캠프에서 출발해 2026년 마라케시 해외 캠프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이 작품은, 단발성 결과물이 아닌 ‘이동하며 완성되는 작품’의 형태를 띤다. 내년 모로코 ‘옹 마르슈’ 현대무용축제 초연과 이후 부산국제무용제, 해외 순회로 이어지는 일정은 창작과 유통이 하나의 경로로 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2024·2025년 프랑스 안무가 에르베 쿠비와의 ‘부산–칸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축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만남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것 같다”는 이제디우의 말은, 이 캠프가 지향하는 관계 맺기의 방식을 함축한다. 일회성 초청이 아니라 반복적 접촉과 공동 제작을 통해 창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테트 카스크의 '탈주'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사)부산국제무용제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4층 연습실에서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테트 카스크의 '탈주'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테트 카스크의 '탈주'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테트 카스크의 '탈주'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한편 카스크와의 협업으로 출발한 ‘탈주’는 또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부산–탈린을 잇는 이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2027년 해외 캠프와 후속 창작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캠프 기간 중 체결된 MOU 역시 이러한 장기적 교류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참가자들의 경험 역시 이 구조의 실질성을 뒷받침한다. 이날 두 작품 모두에 출연한 무용수 황세민은 “안무가의 작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캠프에서 이제디우에 발탁된 뒤 올해까지 ‘금빛 영혼’ 신작에 참여하고 있다. ‘금빛 영혼’ 작품에는 총 6명의 무용수가 선발됐다. ‘탈주’에는 총 5명(해외 캠프 예정)이 선발될 예정이어서 캠프가 단순 교육을 넘어 ‘창작 인력 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달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무대에 오르는 김형민 안무의 '드루와'와 황정은 안무·출연의 ‘그을음’(Hazy) 공연을 알리는 '댄스 베이스' 포스터.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내달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무대에 오르는 김형민 안무의 '드루와'와 황정은 안무·출연의 ‘그을음’(Hazy) 공연을 알리는 '댄스 베이스' 포스터.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든버러 프린지 진출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첫해인 올해는 캠프 출신으로 에르베 쿠비 작품 등에 함께한 부산 춤꾼 황정은 안무·출연의 ‘그을음’(Hazy)과 ‘아츠 코리아(AK)21 안무가육성경연’ 2025년 공동 대상 수상작인 ‘드루와’(김형민·신애린·이정연)가 초청됐다. 에든버러 프린지 무용 총괄기관인 댄스 베이스(Dance Base) 협력을 통해 선정된 이번 무대는, 캠프 출신 창작자와 ‘AK21 안무가육성경연’ 수상작을 연결하며 지역–국제 플랫폼 간 매개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개별 작품의 성과를 넘어, 부산이라는 지역 기반이 어떻게 국제 공연예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는 타우피크 이제디우 안무가, 신은주 운영위원장 안무가(왼쪽부터). 김은영 기자 key66@ 제5회 부산국제안무가캠프 쇼케이스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는 타우피크 이제디우 안무가, 신은주 운영위원장 안무가(왼쪽부터). 김은영 기자 key66@

신은주 운영위원장이 언급했듯, 이 캠프의 목표는 ‘청년 예술가 양성’에만 있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발표–유통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의 축적은, 이 캠프가 단순한 페스티벌 부대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생산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모델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남는다. 국제 협업이 특정 안무가와 프로젝트에 집중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네트워크로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완성된 작품이 일회성 초청에 그치지 않고 장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관건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부산국제안무가캠프가 ‘지역 기반 국제 협업’이라는 비교적 드문 구조를 실제 작동 가능한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이 실험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다음 단계가 주목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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