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청소년 위탁시설 부족] 시설 부족 탓 ‘6호 처분’ 저조… 소년 교화 기능에 ‘허점’
■ 시설 공백의 원인과 실태
쏠림현상에 특정 지역 포화 상태
혐오시설 낙인 신규 지정 어려워
주관부처 달라 관리·감독 파편화
예산 지원 규모도 제각각 편차 커
6호 처분 결정을 받은 경남·울산의 남자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대전 동구 효광원. 부산일보DB
경남과 울산에 소년 감호를 위탁할 시설이 부족한 탓에 ‘완충지대’ 성격인 소년보호 6호 처분이 저조하고, 다른 지역 시설에 위탁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설립 근거와 주관 부처가 달라 관리·감독 체계가 모호하고, 예산 지원 규모도 편차가 커 총체적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화 완충지대 기능
소년법에서 규정하는 소년 보호처분은 △보호자 감호 위탁(1호) △수강명령(2호) △사회봉사명령(3호) △단기 보호관찰(4호) △장기 보호관찰(5호) △시설 감호 위탁(6호) △치료 위탁(7호)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8호) △단기 소년원 송치(9호) △장기 소년원 송치(10호)로 구분된다.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하는 6호 처분은 ‘중간 단계 처우’다. 곧장 사회로 보내기에는 재차 비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지만, 소년원에 보내기에는 비행이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은 소년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6호 시설은 기존 비행 환경에서 소년을 분리해 격리하되 비교적 개방된 환경에서 교육이나 상담, 직업훈련으로 재범을 방지하는 기능을 맡는다. 교화의 완충지대 성격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부산청소년자립생활관 관계자도 “소년원에 송치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사회로 내보내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년이라면 중간 처우인 6호 시설에 감호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년원보다는 사회와 유사한 환경에서 6개월 동안 교육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기능이 크다는 뜻이다.
부산청소년자립생활관은 2025년 부산가정법원과 창원지방법원, 올해 울산가정법원의 6호 처분 위탁 기관으로 지정됐다. 부산청소년자립생활관이 없었을 때는 6호 처분을 받은 소년을 대전 효광원 등 다른 지역 시설에 맡겼다.
■시설 공백에 처분 적어
부산과 달리 경남과 울산은 여전히 위탁 시설이 없어 대전 효광원, 부산청소년자립생활관, 대구청소년자립생활관 등 제휴 중인 다른 지역 시설에 감호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기존 시설의 수용 정원이 한정적이라 6호 처분 활용이 저조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법원 사법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국 법원의 보호처분 3만 989건 중 병과 처분(둘 이상 처분을 동시에 결정)을 제외한 단독 6호 처분은 단 2건에 그쳤다. 경남 17개 시군을 관할하는 창원지방법원과 울산과 경남 양산을 관할하는 울산가정법원의 6호 처분은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기간 전국 법원의 1호 처분은 4624건, 9호 처분은 1340건, 10호 처분은 758건이었다. 창원지방법원은 1호 처분이 242건으로 가장 많았고 9호와 10호 처분이 각각 24건,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울산가정법원도 1호 처분이 21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9호와 10호 처분은 각각 42건,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6호 시설과 같은 중간 단계 처우가 어려워 처분도 양극화하는 셈이다.
기존 6호 시설 수용인원 부족으로 6호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다른 처분으로 선회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예 울산가정법원에서는 각 6호 시설의 수용 한도가 차 입소가 막혀 재판 기일을 뒤로 미루는 일까지 빚어지는 실정이다. 지방예산으로 운영되는 일부 시설에서는 다른 지역 6호 처분 소년 입소를 거부하는 일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지정 위탁시설 수용정원은 남학생 367명, 여학생 207명이다. 그러나 보호 소년이 아닌 미혼모, 가정 밖 청소년 등 수용을 병행하는 시설도 있어 사실상 수용 가능한 보호소년 인원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6호 처분 대상 소년 대부분이 원거리에 위치한 다른 지역 시설에 맡겨지면서 정서적 거리도 멀어진다고 우려한다. 6호 시설은 소년원보다 격리가 엄격하지 않아서 제한적으로 부모나 가족 면회가 가능하다.
한 6호 시설 관계자는 “시설이 거주지와 같은 생활권이라면 부모가 지켜 봐줄 수가 있어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이점이 있다”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뜩이나 6호 처분을 통한 청소년 교화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6호 시설이 없는 경남과 울산의 청소년의 교화 환경이 타 지역 청소년에 비해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총체적 점검 시급
6호 처분 수용 정원을 늘리고 지역 편차를 줄이려면 결국 신규 위탁시설을 발굴해야 한다. 그러나 민원·전문 인력 부족 등 발목을 잡는 현실적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1호 처분 소년을 대상으로 사법형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샬롬청소년회복센터(창원 소재) 유수천 센터장은 “사회와 근접한 시설이라서 보호처분 시설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분들은 간혹 혐오 시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여성 청소년 1호 처분 시설로 운영되는 로뎀의집(창원 소재) 조정혜 전 관장은 “6호 시설은 꼭 필요한 시설로 6호 처분 대상 소년에게 알맞은 환경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입지를 비롯해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시설의 관리·감독 체계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6호 시설은 각 법원이 지정하지만 설립 근거 법령과 주관 부처가 시설마다 다르다. 운영 기준이나 종사자 자격 기준도 마찬가지다. 가령 부산청소년자립생활관은 법무부가 주관 부처지만, 대전 효광원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각 법원이 6호 시설을 지정하지만, 전체 시설을 통합 관리하는 주체가 없어 시설 운영 현황과 소년 보호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시설마다 국가·지자체의 예산 지원 규모도 차이가 난다. 모든 시설에는 보호소년 인당 월 30만 원의 법원 지원금이 지원되지만, 국가보조나 광역·기초지자체의 지원 규모는 다 다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소관 시설 8곳 평균 국가·지자체로부터 인당 월 99만 원을 지원받는다. 반면 법무부 소관 시설4곳은 은 약 48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