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가는 곳간 허리띠 졸라매는 기초지자체들
16개 구·군 순세계잉여금 급감
지난해 3403억… 3년 새 47%↓
기장군 75.3% 남구 71.3% 감소
세입 줄고 복지·개발 지출 늘어
남구청 내달 지방채 100억 발행
사하구 공약사업 시기 전면 조정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기초지자체들의 재정 곳간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세입 감소와 복지·개발사업 부담이 겹치며 기초지자체들이 다음 해 쓸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이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일부 지자체는 신규 사업을 미루고 보유 재산을 매각하거나 지방채 발행까지 검토하는 등 긴축 재정에 내몰리고 있다.
30일 부산 지역 16개 구·군 전체 순세계잉여금은 2022년 7227억 원에서 지난해 3403억 원으로 약 47% 줄었다. 감소율은 기장군이 75.3%(1361억 원→336억 원)로 가장 높았고 △남구 71.3%(1004억 원→288억 원) △수영구 60.6%(486억 원→192억 원) 순이었다.
순세계잉여금은 지자체가 한 해 예산을 집행한 뒤 보조금 반납액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남은 돈을 말한다. 다음 연도 세입에 포함돼 추가경정예산이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에 활용돼 지자체의 ‘곳간’으로 볼 수 있다. 이 돈이 줄면 다음 해 신규 사업이나 긴급 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도 그만큼 타격을 받는다.
지자체들의 순세계잉여금이 줄어드는 이유는 지자체 세입 자체가 감소했거나 세입 대비 세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2~2023년에는 부동산 거래 증가와 경기 회복, 정부 보조금 확대 등으로 세입이 비교적 안정됐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부가가치세 등이 줄면서 이와 연동된 정부의 지방교부금이 2024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전국적으로 복지예산이 확대되면서 국·시비 보조사업의 구비 부담도 늘었다.
서구청의 세입 결산액은 3년 전 총 5437억 원에서 지난해 5321억 원으로 줄었다. 조정교부금과 지방세 수입 등이 150억 원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다. 같은 기간 금정구청 또한 지방세 수입 하락으로 6758억 원이었던 세입이 6624억으로 감소했다.
사하구청은 순세계잉여금이 지난해 227억 원에서 85억 원으로 급감해 순세계잉여금이 전체 지자체 중 가장 적다. 올해는 약 260억 원의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사하구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이 전년보다 2.9% 하락해 재산세 정체가 뚜렷한 데다 원자재 가격과 각종 사업비가 오른 영향이다. 이 때문에 약 3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던 신규 보훈회관 건립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운 처지다.
남구청의 경우 동 행정복지센터 이전과 공영주차장·복합시설 건립 등 개발사업에 구비 투입이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 편성에도 약 460억 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현4동 행정복지센터 건립과 재활용품 매일 수거제 공약 이행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태다.
이에 지자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 긴축에 나섰다. 남구청은 다음 달 민선 9기 지자체 중 처음으로 100억 원 안팎의 지방채 발행을 추진한다. 앞서 민선 8기 부산 기초지자체의 지방채는 동구 좌천 주민활력 어울림센터 99억 원, 해운대구 신청사 100억 원 등 대규모 시설 건립 재원으로 주로 쓰였다. 전반적인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발행은 이례적이다.
사하구청도 30일 재정 안정화 계획을 내놨다. 대규모 투자사업과 공약사업 시기를 전면 재조정하고 구청장 업무추진비를 절반 이상 줄이는 등 인건비와 경비를 절감한다. 또 공유 재산을 매각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사하구청 기획실 김성용 예산계장은 “과거 동 행정복지센터나 국공립어린이집 등으로 쓰였던 건물 가운데 현재 사용하지 않거나 활용도가 낮은 재산을 매각할 계획”이라며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할 사업의 우선순위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