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2030 뿔난 민심, 왜?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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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청년들의 민심에 이상 신호가 켜진 셈이다. 증시 급락, 부동산 정책 등 청년층과 직결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불만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안전 문제를 중시하는 2030 여성들의 실망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와 부동산, 청년 실업, 형사사법 체계 개편 등 서로 다른 정책 영역에서 청년들의 불만이 동시에 쌓이는 상황이다.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이 발표된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이 발표된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청년층 지지율 하락 뚜렷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한 2030 청년세대의 지지율 하락이 뚜렷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9%로 집계됐다. 40대와 50대에서 긍정 평가가 절반을 넘었지만, 20대 이하는 31%, 30대는 40%에 그쳤다. 60대 45%, 70대 이상 44%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지난 3~7일 전국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43.4%로, 취임 후 최저였다. 특히 20대에서는 27.9%, 30대에서 33.2%로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는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20대에서 부정적 평가는 67.5%에 달했다.


■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2030의 분노가 크다. 핵심은 집값은 잡히지 않는데 대출·청약·전세 제도만 조여져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끊겼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 방식과 정치권의 청년 주거 대안이 ‘내로남불’ 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비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강남을 비롯해 서울과 경기 대부분이 올랐다. 또 전세 품귀에 월세도 치솟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주택 공급과 전월세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제안한 ‘폐버스 청년 주택’ 아이디어는 청년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삽시간에 온라인에 퍼지며 “한남더휠(고가 아파트인 서울 한남더힐에 차 바퀴의 영어 단어인 휠을 합친 말)에 살라는 것이냐”며 조롱과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황 의원은 곧바로 사과했지만, 청년 주거난을 대하는 집권 여당의 한심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청년들의 민심 악화가 우려되자 정부는 13일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청년 주거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내년 1월부터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선보이는 것이다. 만 39세 이하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3조 원 규모로 2년간 한시 공급한다. 대상 주택은 4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다. 1인 가구와 사회 초년생 등이 월세를 내는 대신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월세 수준의 원리금 상환 구조를 적용하고, 생애 최초 LTV 우대 혜택도 유지한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4억 원 이하라는 가격 기준에 비아파트라는 조건까지 더해지면 대상 주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내 한 마트 광고판에서 증권회사 ISA 광고가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12일 국내 한 마트 광고판에서 증권회사 ISA 광고가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 ISA 계좌 개편안에도 반발

최근 증시 하락 상황은 2030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이후 증시에 대한 기대를 갖고 투자에 뛰어든 청년들이 적지 않았지만, 레버리지 ETF 출시 후 변동성이 심해진 국내 증시에서 실제 수익을 본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도 청년층의 반발을 불렀다. 이자·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ISA는 자산 형성 기회가 부족한 청년층의 대표적인 절세 및 자산 증식 수단이다. 그러나 정부 개편안은 투자 대상을 국내로 한정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기존 ISA에 대해선 만기 연장을 제한하고 납입 한도 이월을 폐지하는 등 혜택을 축소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가입자는 만기마다 세금을 정산하고 재가입해야 해 장기 절세 혜택이 끊기고, 목돈이 생겼을 때 한꺼번에 납입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특히 소득이 불규칙한 사회 초년생들은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 미칠 파장과 국민의 수용 가능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정책의 혼선만 빚은 셈이다.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ISA 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의원 오른편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 연합뉴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의원 오른편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 연합뉴스

■ 보완수사권 폐지 여성 민심 이반

더 심각한 것은 이 대통령과 여권의 주요 지지 기반이던 2030 여성층의 민심 이반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월별 여론조사 통계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1년 사이 20대와 30대 여성의 국정 지지율은 평균치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7월 61%였던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지난 7월 45%로 1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69%에서 47%로 22%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전체 지지율이 64%에서 53%로 11%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해 하락 폭이 더 컸다.

젊은 여성 지지층 이탈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여권이 밀어붙인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광주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이 놓쳤던 중대 혐의를 검찰이 보완수사로 밝혀내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이 높았다. 이들은 두 사건을 생명·안전 이슈로 받아들이며 문제 제기에 나섰지만, 이 같은 목소리가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법안 처리 이후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행보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용민 의원은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SNS에 적었다. 이에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지옥에나 가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 청년 현안 해결에 진성성 가져야

정부와 여당은 일자리·주거·자산 형성·안전 보장 등 청년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현안 해결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청년에게 외면받는 실책이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청년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러 정책 영역에서 축적된 청년들의 구조적 불만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들의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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