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고수온, 피해 신고량 100만 마리 훌쩍…멍게 양식장도 된서리
24일까지 통영·남해·하동 44개 어가서
우럭·숭어·말쥐치 등 110만 마리 신고
멍게도 95줄 폐사 올해 첫 피해 접수돼
연이은 태풍과 극한 호우가 남긴 뒤끝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경남권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 앞바다에서 고수온 피해로 추정되는 양식 어류 떼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독자 제공
경남 앞바다를 덮친 고수온의 기세가 심상찮다. 연이은 태풍과 극한 호우가 남긴 뒤끝 폭염에 바다도 뒤늦게 달아오르면서 우려했던 떼죽음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양식어류 폐사 신고량이 벌써 100만 마리를 훌쩍 넘었다. 설상가상 멍게 양식장으로까지 피해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당분간 30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민들은 최악의 피해가 반복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다.
경남도에 따르면 24일까지 접수된 고수온 추정 양식어류 폐사 신고량은 통영과 남해, 하동 3개 시군 44개 어가 110만 6000여 마리다. 전날 대비 2만 3000여 마리가 늘었다. 어종별로 보면 조피볼락(우럭) 90만 1000여 마리, 숭어 14만여 마리, 말쥐치 3만 2000여 마리, 볼락 2만여 마리, 강도다리 1만 3000여 마리다. 여기에 양식 멍게도 봉줄(멍게가 부착된 5m 길이 밧줄) 기준 95줄 폐사 신고가 들어왔다. 피해액은 18억 4200여 만 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관건은 지금부터다. 절기상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를 지나도 폭염이 꺾이지 않는 통에 바다도 끓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날 사천·강진만 해역과 진해만 해역에 발령했던 고수온 경보를 경남 전 해역으로 확대했다. 고수온 경보는 바닷물 온도가 양식물 폐사 한계인 28도를 웃도는 환경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된다. 이날 기준, 사천만·강진만 해역은 28~31.9도, 진해만 해역 온도는 29.4~30.4도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극한 폭염에도 경남 연안은 한낮 24도 안팎을 유지했다. 저층에 깔린 냉수대 덕분이었다. 냉수대는 주변보다 5도 이상 낮은 찬물 덩어리로 수온 상승을 막아준다. 그런데 연이은 태풍이 몰고 온 너울성 파도에 바닷물이 섞이면서 지난 8일을 전후해 냉수대가 소멸해 저지선이 무너졌고, 이 틈을 타 수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다 광복절 연휴 폭우에 잠시 주춤하더니 비가 그치자 다시 우상향 중이다.
통상 양식 어류는 수온이 28도를 넘는 고수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시름시름 앓다 폐사해 버린다. 게다가 경남도 연안 양식장에 입식된 양식어류 2억 650만여 마리 중 절반이 넘는 1억 1500만여 마리가 찬물을 좋아해 고수온에 더 취약한 우럭과 숭어 등 한류성 어종이다. 참돔, 감성돔, 돌돔 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제법 버티지만, 이놈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은 버겁다. 더디게 달아오르는 만큼 더디게 식는 바닷물 특성상 일단 고수온에 노출된 어장에서 폐사가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가 된다. 면역력과 체력이 바닥 나 겨우 숨이 붙은 것들도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3~4일 후 수면 위로 떠오른다.
2024년 여름 30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경남 남해안 멍게 양식장에서 수확을 앞둔 성체는 물론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모조리 떼죽음했다. 공식 집계된 폐사량만 97%, 집계 이후 후유증으로 추가 폐사한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전량 폐사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엔 제철 시작인 2월을 훌쩍 넘겨 5월을 지나 출하를 시작했다. 부산일보DB
멍게도 마찬가지다. 얇은 껍질에 싸인 멍게는 양식수산물 중에도 수온에 더 민감하다. 적정 생장 수온은 10~24도로 찬물은 웬만큼 버티지만, 이를 넘어서면 생리현상이 중단되고 심하면 속은 물론 껍질까지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통상 여름을 지나면 10~20% 정도는 자연 폐사하는데, 2024년 30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수확을 앞둔 성체는 물론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모조리 떼죽음했다. 공식 집계된 폐사량만 97%, 집계 이후 후유증으로 추가 폐사한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전량 폐사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엔 제철 시작인 2월을 훌쩍 넘겨 5월을 지나 출하를 시작했다. 당시 악몽이 지금도 선명한 어민들은 벌써 전전긍긍이다.
멍게수협 김태형 조합장은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과 거제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폐사가 확인되고 있다”면서 “멍게는 피해가 발생해도 곧장 드러나지 않고 일주일 이상 잠복기를 거쳐 서서히 쪼그라든다. 집단 폐사로 이어질지, 다행히 지금 선에서 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