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사람을 살리는 은행, 지역을 살리는 금융
BNK금융지주
북항 돔구장 복합개발 참여
지방은행 존재 이유 환기
주주 이익 앞세운 행동주의펀드
지역 금융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위협
지역 경제 어려울수록
역할 강화하고 함께 성장하는 게
생산적이고 포용적인 금융
전재수 부산시장의 역점 사업인 북항 돔구장 복합개발에 지역 대표 금융기관인 BNK금융그룹이 적극 참여키로 했다고 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금융 조달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투자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참여 방식은 직접 투자와 함께 시민 펀드 조성도 검토 대상이다. 토큰증권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운영시스템을 통해 시민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항 돔구장 복합개발은 단순히 야구장 건립을 넘어 호텔과 공연장, 상업시설 등을 결합한 사계절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북항재개발 활성화는 물론이고 원도심 부활을 위한 앵커 사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가 사업 구체화를 논의 중이지만 3조 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사업비가 최대 허들이라는 점에서 BNK금융의 참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토큰증권 등을 활용한 시민 참여형 투자 방식은 블록체인특구 부산의 금융 산업생태계 혁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역 금융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환기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BNK금융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디지털 금융 확산과 수도권 중심 산업구조, 지역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지역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견제 움직임도 커졌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영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와 지역 경제의 상대적 침체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 간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평균 연체율 등 영업 지표의 간극도 커졌다. 지방은행을 지역 경제의 거울로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은행들은 이같이 기울어진 영업 환경에서도 지역의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의 자금난 심화와 자영업 기반 붕괴는 결국 지역 경제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지방은행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악화한 영업 환경의 틈새를 뚫고 주주 우선주의를 앞세운 행동주의펀드의 공세는 또 다른 위협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요구에 주력했던 행동주의펀드들은 최근에는 경영체제 개편과 금융지주 간 합병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BNK금융과 JB금융의 합병을 제안하며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한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단기적 주가 제고와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이 같은 공격이 지역 금융의 공공성 훼손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지역 금융기관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든다는 데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주주 자본주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실패로 결론 난 마당이다. 주주 자본주의가 단기적 투자 수익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주 가치 환원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방은행의 가치도 연체율과 부실채권,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단기적 영업 수치로만 평가되어지는 게 아니다.
지역 금융의 역할은 예금과 대출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민과 호흡하고 사회 공헌을 실천하는 것은 이제 지역 금융의 부수적 활동이 아니라 핵심적 책무에 속한다. 지방은행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그나마 풍부한 자본 여력과 안정적 수익성을 기반으로 지역 경제의 혈맥을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지역 기업과 지역민이 기댈 언덕인 것이다. 지방은행 또한 지역 기업과 지역민을 기반으로 함께 성장해 가야 하는 게 숙명이다. 지역 자본을 조성해 키우고 지역 산업과 일자리를 확대하며 사회 공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지역도 성장하고 지역 금융의 지속 가능한 성장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눈앞의 수익에만 급급해 본질적 가치인 지역을 배제할 경우 결국 지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금융당국의 지방은행에 대한 시각도 지역의 가치에 맞춰져야 하는 건 물론이다. 행동주의펀드들의 지방금융지주에 대한 공세가 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CEO 승계 절차 개선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힘을 받게 됐다는 점은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역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자본 건전성을 위한 감독 역할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위한 공공성과 지역 금융의 역할을 우선에 둬야 한다. 지역의 경제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시중은행과는 차별화해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게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균형발전과 생산적이고 포용적인 금융을 위한 취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