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코스피 5000이 더 쉽다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단순하였던 조선시대에도 경제 정책의 실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호랑이보다 세금이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조선시대 경제 정책의 중심에는 늘 세금 문제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격렬한 토론과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비로소 완전히 시행될 수 있었던 대동법(大同法)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대동법은 전세(田稅)보다 무거웠던 공물을 호(戶) 대신 토지에서 받는 조세 구조의 대전환이었다. 땅을 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데 대한 저항이 없을 리 없었지만, 시대적 과제였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은 있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책 시행 여건의 미흡 등이 겹쳐 충청도에 대동법이 처음 시행되고 난 뒤, 전국으로 확산되기까지는 100년이 걸렸다.
조선 대동법 전면 시행 100년 걸려
다시 꺼낸 대출 규제·중과세만으로
순환 막힌 부동산 정책 성공 힘들어
조선시대 대동법에 견줄 만한 오늘날의 난제는 부동산이다. 돌이켜 보면 서울 강남에 신도시를 만드는 구상이 처음 등장한 지 60여 년이 흘렀다. 강북의 복잡함을 덜기 위해 만든 강남이 역으로 이제는 한국의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수많은 부동산 대책들이 반투기 정책의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내집 마련의 기회가 더욱 희박해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망국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높았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대통령의 지지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던 주식시장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낙폭을 보이고 거의 투기장이 되어간 데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있다. 그와 함께 그동안 대통령이 자신감을 보여온 부동산 시장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는 젊은 세대의 광범위한 이탈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주택과 관련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집값을 잡기 위해 조세정책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충분한 공급을 하겠다고 하였다. 지하철역이나 동사무소 같은 공공용지 위에 젊은이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언급하였던 것도 그러한 공급 증대의 일환이었다고 기억한다. 아울러 당시 이재명 후보는 강남 집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몇 차례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대선 당시의 언급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출 규제에 이어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금 중과 등이 핵심 내용이다. 주택 구입과 전세 입주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주택 수요를 줄이는 수단이다. 비거주 주택에 대해 세금을 더 매기겠다는 것은 매각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시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과 집 파는 사람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복잡한 전월세가 얽혀있고 재개발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로 전월세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뒤늦게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두르겠다고 한 것은 이러한 혼란에 대한 응급조치이다.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주택정책의 목표는 집값의 안정에 맞추어져 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그 집을 누가 살 수 있는가? 대출을 억제한 상황에서 그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현금으로 몫돈을 가지고 있는 중상층들일 것이다. 이른바 영끌을 통해서라도 내집 마련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이재명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동법에서 보듯이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부동산 정책의 완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역시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정책이다. 대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집값 특히 강남 집값의 안정이 아니라 주거 안정에 있다. 세계에서도 오고 싶어하는 강남의 집값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여, 낮출 필요는 없다.
대신 주거 안정을 위한, 후보 시절에 이야기 했던, 파격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대출 규제는 주택 수요도 줄이지만 주택 시장의 순환도 방해하기 때문에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가면서 보완해 가야 한다. 나아가 무엇보다 주택정책의 완성은 지역 균형발전 위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완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은 차분하게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거 안정 정책은 계곡 평상 치우듯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선 공약 '코스피 지수 5000 달성'보다 주거 안정이 훨씬 더 어렵다. 규제로 시장을 잡으려다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