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철의 사리 분별] 낙동강 녹조 독소와 로봇물고기
논설위원
남조류 과다 증식 사태 여름마다 반복
환경단체 "주민 소변서 독소 검출" 충격
독성물질 유입 경로 등 규명 작업 절실
4대강 사업 '로봇물고기' 사기극 판명
악화된 수질 시민 건강 저해 위험 높여
안일한 대응 탈피해 종합 대책 모색을
올해 부산 폭염은 유별났다. 지난달 29일 낮 최고기온이 38.8도를 기록,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122년 만에 지역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부산 시민들의 관심은 온열질환 위험성뿐만 아니라 낙동강 녹조 발생 여부에도 집중됐다. 부산 시민의 상수원인 낙동강에서 여름마다 ‘녹조라테’ 현상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케 했기 때문이다. ‘녹조라테’는 수온 상승으로 유해 남조류가 빠르게 증식, 물 색깔이 녹차라테처럼 녹색으로 변한 상태를 일컫는다.
올해도 낙동강 하류 곳곳에서는 녹조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 6월 8일 낙동강 양산 물금·매리 지점에서 올해 첫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이어 같은 달 22일 경계 단계가 발령된 데 이어 7월 23일엔 관심 단계로 다시 하향됐다가 8월 10일 다시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관심 단계는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1000개 이상, 경계 단계는 mL당 1만 개 이상인 상태가 2회 연속 확인될 때 내려진다. 부산은 물금·매리에서 취수된 표류수를 정수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올해 무더위 기간엔 수도에서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엔 부산·경남 등 낙동강권 주민들의 소변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산 등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93명의 소변 시료 150건을 수집해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시료 19.3%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원인인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 종류다. 특히 가장 많이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유형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한 대표적인 간독성 마이크로시스틴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떤 경로로 체내에 유입됐는지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소변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정부가 독성물질의 유입 경로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대대적인 규명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녹조는 이제 단순한 상수원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 보건 차원에서 물과 건강을 통합 관리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는 녹조 독소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미국 플로리다 오키초비호와 세인트루시강 일대 주민 소변과 호흡기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조사에서는 호흡을 통해 녹조 독소가 인체에 흡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4년 미국 오하이오에서는 녹조가 상수원 취수구까지 확산되면서 수돗물에서 기준을 초과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당시 당국은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는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이때 당국이 권고한 내용은 끓여도 안전하지 않으므로 음용하지 말 것, 음식 조리와 양치 등에도 사용하지 말 것 등이었다. 당국은 당시 정수 공정에 투입하는 분말활성탄과 응집제 등을 늘려 음용수 안전성을 확인한 뒤에야 경보를 해제했다.
이런 사례들은 녹조가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산의 경우 정수 과정을 마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공식적으로 검출된 적은 없다. 하지만 지난 2022년 환경단체 등은 영남권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당국은 자체 검사를 토대로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시스틴 변종은 200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부 유형에 국한한 느슨한 검사와 대처가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녹조라테’의 근본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2009년 부산에서 열린 ‘WHO 국제 콘퍼런스’에서 만난 당시 환경부장관은 낙동강 수질 악화 우려에 대해 “수질 감시용 첨단 로봇물고기를 투입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로봇물고기는 4대강 사업 정당성을 높이고 수질 악화 우려를 잠재운 ‘만병통치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후 로봇물고기는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로 가면 낙동강 ‘녹조라테’ 사태는 내년에도 어김없이 반복된다. 녹조 독소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안일함은 거의 모든 재난의 원인이다. 정부가 녹조 피해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정밀 조사와 4대강 재자연화 등 종합 대응 대책을 서둘러 추진하길 당부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