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적조, 폭우 후유증까지…삼중고 덮친 남해안 어민 속 타들어간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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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추정 폐사량 303.1만 마리
27일 하루에만 71.4만 마리 추가
작년 누적 피해량 돌파 시간 문제

통영 연안 고수온에도 고밀도 적조
곤리도 인근 최대 1888개체 관찰
폭우에 거제 굴 종패 단련장 초토화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이 어민은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이 어민은 "수온이 하루에 2∼3도씩 오르면 고기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남 남해안 양식업계가 올여름 막바지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잇따른 태풍과 극한 호우가 남긴 뒤끝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양식 어류와 멍게 떼죽음 피해가 속출하는 와중에 또 다른 불청객 적조까지 세력을 불리고 있다. 설상가상 거제를 덮친 기록적 폭우에 한창 성장 중인 양식 굴 종패(어린 굴) 산지도 초토화됐다. 전례 없는 삼중고에 어민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28일 경남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집계된 고수온 추정 폐사 신고량은 통영시와 거제시, 남해군, 하동군 등 4개 시군 122개 어가, 303만 1000여 마리다. 집계 당일 하루에만 71만 4000여 마리가 추가됐다. 어종별로는 조피볼락(우럭) 253만 8000여 마리, 숭어 21만여 마리, 볼락 19만 5000여 마리, 말쥐치 6만 7000여 마리, 강도다리 1만 3000여 마리, 넙치 8000여 마리다. 피해액은 61억 4216만 원 상당이다. 멍게도 봉줄(멍게가 부착된 5m 길이 밧줄) 기준으로 12개 어가에서 170줄을 추가로 신고해 누계 570줄, 28억 1465만 원으로 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문제는 지금부터다. 절기상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 폭염 탓에 바다도 펄펄 끓고 있다. 현재 경남 앞바다 전역에는 고수온 특보 최고 단계인 ‘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통상 양식 어류는 28도가 넘는 고수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시름시름 앓다 폐사해 버린다. 특히 경남 지역 양식장 주력 어종인 우럭과 숭어는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이라 수온이 26도만 넘어도 생리 기능이 저하될 정도로 고수온에 취약하다. 통영시가 연안 양식장 수심 2~10 깊이 수온을 1~2시간 단위로 실측해 제공하는 ‘스마트양식장’을 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62개 정점 수심 2~10m 평균 수온은 28.1도다.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30도를 훌쩍 넘긴 곳도 부지기수다. 이미 폐사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이 어민은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이 어민은 "수온이 하루에 2∼3도씩 오르면 고기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단 폐사가 시작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 체력과 면역력이 바닥나 겨우 숨이 붙은 것들도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3~4일 후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로 떠오른다. 7월 말 기준 통영을 포함해 경남 앞바다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 2억 650만여 마리 중 절반이 넘는 1억 1500만여 마리가 우럭과 숭어다. 참돔, 감성돔, 돌돔 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제법 버티지만, 이놈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은 버겁다.

경남에서는 2012년 피해 집계 시작 이후 매년 수백에서 수천 마리 물고기가 고수온에 떼죽음했다. 특히 2024년 여름은 2640만 마리가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지난해도 383만 마리가 고수온 피해를 봤다.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 피해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설상가상 ‘붉은 재앙’으로 불리는 적조까지 어장 주변을 맴돌며 어민들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이 이상 증식할 때 출현한다. 개체수 증가로 가뜩이나 바닷속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점액질 성분이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보통 mL당 1000개체가 넘는 고밀도 적조가 덮칠 때 폐사로 이어지지만, 고수온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선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이다.

실제 작년 여름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넘게 지속되다 뒤늦게 적조가 덮치면서 309만 마리가 추가로 줄 폐사했다. 경남에서 대규모 적조 폐사 피해가 발생한 건 꼬박 6년 만이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2013년 2500만여 마리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은 피해가 없어 안심하던 찰나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적조도 생물이라 수온이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에선 크게 세력을 불리지 못한다. 코클로디니움은 수온이 26도 이하로 떨어지고 일사량이 증가하면 빠르게 증식한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전날 국립수산과학원 예찰 결과, 수온이 30도에 육박한 통영시 곤리도 인근에서 mL당 최고 1888개에 달하는 고밀도 적조띠가 관찰됐다. 월명도와 궁항, 태도, 만지도 인근에서도 20~400개체 수준의 중·소규모의 적조띠가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과원은 “남풍 계열 바람에 의해 연안으로 집적돼 양식장에 유입될 수 있다”며 “대조기로 접어들면서 거제 등 주변 해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높고, 주말 강우로 육상의 영양염이 다량 유입될 경우, 적조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여름 적조 방제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여름 적조 방제 모습. 부산일보DB

수과원은 27일 오후 4시를 기해 통영시 두미도와 비진도 사이 해역 적조 특보를 주의보로 상향하고 비진도와 거제 지심도 해역에 주의보를 신규 발령했다. 적조 특보는 코클로디니움 밀도가 mL당 10개체 미만일 때 ‘예비’로 시작해 100개체 이상 시 ‘주의보’로 대체되고, 1000개체를 넘으면 최종 단계인 ‘경보’로 상향한다.

해상 가두리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시는 적조대책본부를 가동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적조띠가 출현한 산양읍 연안에 방제세력을 집중 투입해 황토 살포와 해수교반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또 인접한 달아항에 황토를 미리 준비하고 대용량·중형 황토살포기와 다목적 방제선 등 가용 장비를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대응태세도 갖췄다.

통영시 관계자는 “고수온에 적조까지 발생한 엄중한 상황”이라며 “양식어가에서도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사료 공급 중단, 액화산소 공급장치 가동, 차광막 설치 등 피해 예방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4년 여름 역대급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경남 남해안 어류 양식장에서 역대 최악의 떼죽음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멍게 양식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영과 거제 전체 양식장 800여ha 중 90% 이상에서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여름 역대급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경남 남해안 어류 양식장에서 역대 최악의 떼죽음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멍게 양식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영과 거제 전체 양식장 800여ha 중 90% 이상에서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산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멍게와 굴 양식장도 비상이다. 얇은 껍질에 싸인 멍게는 양식 수산물 중에도 수온에 더 민감하다. 적정 생장 수온은 10~24도로 찬물은 웬만큼 버티지만, 이를 넘어서면 생리현상이 중단되고 심하면 속은 물론 껍질까지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통상 여름을 지나면 10~20% 정도는 자연 폐사하는데, 2024년 30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수확을 앞둔 성체는 물론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모조리 떼죽음했다. 공식 집계된 폐사량만 97%, 집계 이후 후유증으로 추가 폐사한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전량 폐사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엔 제철 시작인 2월을 훌쩍 넘겨 5월을 지나 출하를 시작했다. 당시 기억이 지금도 선명한 어민들은 올여름 악몽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다.

광복절 연휴 거제를 덮친 극한 호우에 양식 굴 종패 단련장도 초토화 됐다. 노재하 거제시의원·굴수협 제공 광복절 연휴 거제를 덮친 극한 호우에 양식 굴 종패 단련장도 초토화 됐다. 노재하 거제시의원·굴수협 제공

굴은 앞으로가 걱정이다. 광복절 연휴 거제를 삼킨 수마에 내만에 밀집한 종패 단련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은 굴 유생이 부착된 가리비 껍데기를 바닷물에 담가 어린 굴로 키워내는 공간이다. 어민들은 여기서 단련된 어린 굴을 깊은 바다로 옮겨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살을 찌운 뒤 채취한다.

거제는 가덕도와 함께 경남권 굴 양식장에서 필요로 하는 종패 3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산지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 폭우에 종패 상당량이 폐사했다. 굴수협이 우선 파악한 피해 규모만 90% 남짓이다. 하천의 흙탕물이 한꺼번에 바다로 쏟아져 뒤엉키면서 바닷물 염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 수온까지 급등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겨우 살아남은 것들을 수온이 낮은 해역으로 옮기고 있지만, 이미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라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다음 농사에 필요한 씨앗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피해 보상은 쉽지 않다. 입식 신고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체수를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조개류 종패 관련 재해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굴수협 관계자는 “달라지는 재해 양상에 맞춰 피해 인정 기준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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