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좌초' 부산항 북항 환승센터 해법 서둘러야
김경희 해수부장
일본 도쿄 환승센터 '바스타 신주쿠'
인파 만큼 혼잡한 교통 해결 목적
2016년 환승에 상업 더한 허브 완공
부산항 북항 환승센터 3개월째 갈등
공사 올스톱 장기화 땐 피해 시민 몫
공익 우선에 둔 사업 해법 마련 절실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도쿄 신주쿠의 ‘스크램블 교차로’. 신호등 녹색 불이 켜지면 6개의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쏟아져나와 교차로 중간에서 한데 엉켰다 흩어지는 장면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인파 만큼이나 혼잡한 교통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기존 신주쿠역 주변에는 100여 개가 넘는 고속·시내외 버스 회사의 정류장 19곳이 역 광장과 도로변, 인근 골목 등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처음 신주쿠를 찾은 방문객들은 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일대 도로는 승객을 태우려는 버스와 택시의 도로변 이중 주정차로 인해 만성 체증에 시달렸다. 또 철도에서 내려 고속버스로 갈아타려면 도보로 10~15분 이상 길거리를 헤매야 하는 단절 문제를 안고 있었고, 좁은 인도 위에 수많은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엉키며 크고작은 사고 위험도 높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국토교통성은 2000년부터 신주쿠 남측에 복합환승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도심지 공간 제한을 감안해, 운행 중인 JR 철도 노선들 위로 인공 지반을 얹고 건물을 지어 올리는 고난도 공사를 15년 이상 진행한 끝에 2016년 4월 ‘바스타 신주쿠’가 완공됐다.
1층은 철도가 지나가고 2층에는 개찰구와 보행자 광장이, 3층은 고속버스 도착 승강장, 택시 승강장, 관광 안내소가 있으며 4층에는 고속버스 출발 승강장과 통합 매표소, 대합실이 위치하는 입체적 건물이다. 택시 승강장과 관광안내소, 수하물 보관소, 외화 환전소 등을 한 층에 모아 해외 및 외지 방문객의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으며, 환승센터 내 쇼핑몰과 오피스타워 등을 동시 개발해 단순 교통 거점이 아닌 유동 인구가 체류하는 상업·문화·경제 거점으로 도약시켰다. 복잡한 도심 내 다양한 교통 수단을 연결해 시민들의 편의를 높이는 복합 환승센터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시간과 장소를 옮겨 2026년 부산. 경부선 KTX 종착역과 도시철도, 버스와 택시 승하차장을 한데 연결하는 부산항 북항 환승센터 건립 공사는 민간사업자와 부산항만공사가 지구단위계획 지침 위반 논란으로 3개월째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부지를 조성한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6월 초 사업자가 지침을 어기고 부산역 보행로와 환승센터 연결부에 3.3m의 단차를 발생시켰다며 원상복구 확약서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곧바로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건축허가를 내준 관할 지자체 동구청은 단차 발생 사실을 사업자가 수정 제출한 건축계획 도면에서 확인하지 못한 실수는 제쳐두고, 사업자가 현재 건축법을 위반해 공사를 하고 있다며 지난 21일 공사중지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현장은 지금 멈춰섰다. 북항 환승센터 건립 사업이 이처럼 계속 공전할 경우, 환승 인프라 구축이 미뤄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당장 공사 현장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주변 트램 사업 및 북항 1단계 재개발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가 예상된다. 결국 부산의 사회·경제적 손실이자 시민과 방문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항 환승센터는 원도심과 북항을 잇는 핵심시설이다. KTX 부산역에서 내려 북항 친수공원과 오페라하우스, 국제여객터미널 등으로 이동하는 보행과 교통의 중심축이다. 환승센터는 또 통합 입체 교통 허브의 역할을 해야 한다. KTX와 도시철도, 버스, 택시, 해상 교통은 물론 향후 부산형 급행철도(BuTX)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형 모빌리티(MaaS)까지 연계되는 거점으로 구상됐고, 환승센터 역할에 부합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공공성 면에서 부산역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공공 보행로를 단차 없이 평탄하게 연결해 시민들이 막힘 없이 부산항 조망을 누리며 북항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연결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현 시점, 환승센터 사업 관계기관들은 법원의 공사중지 가처분 결과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부산시, 동구청, BPA, 사업자, 시민단체, 도시·교통 전문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게 절실하다. 이후 사업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조속한 완공을 위한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스마트하고 편리한 교통 환승 시스템을 집약시키고, 백화점,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 상업·문화 시설을 함께 배치해 사람이 모이게 하는 부산의 대표 ‘모빌리티 허브’(Mobility Hub)로 부산항 북항 환승센터를 구축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