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이젠 체류형 크루즈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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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부산항 단순 기항 대신 머물게 유도해야
모항·준모항 확대, 항공·철도 연계 필요
외국 관광객 '부산앓이' 열풍 기회 삼아야

지난주 필자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미국 마이애미에 이어 프랑스 마르세유와 모나코 등 세계 정상급 크루즈 선사와 항만을 방문하고 주요 인사를 만났다.

릭 사소 MSC 크루즈 미주법인 회장은 셀러브리티 크루즈 사장과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 의장을 지낸, 50년 경력을 지닌 업계의 산증인이다. 이어 만난 후안 커릴라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 홀딩스 수석부사장은 세계 최대 크루즈항인 마이애미항 CEO를 지낸 뒤 지금은 그룹의 항만·터미널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부산항의 성장에 관심을 표명하며, 기항지에서 모항으로 도약하려면 승객·수하물 처리 시스템과 체류형 관광 콘텐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애미항이 연간 수백만 명을 실어 나르는 비결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부산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되짚어 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부산항의 크루즈 실적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03항차, 25만 7000명이던 크루즈 입항이 올해 상반기에만 219항차 32만 명으로 지난해 실적을 훌쩍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408항차, 6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급증의 배경은 주변국 정세 변화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크루즈 시장이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특히 아시아 시장은 지난해 15% 성장하며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이제 동북아 물류 허브를 넘어 크루즈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 대부분은 10시간 남짓 머물다 떠나는 단순 기항이었다. 도심 관광과 쇼핑 몇 군데를 한 뒤 곧바로 출항하는 구조로는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다. 관광객을 부산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 즉 ‘기항’에서 ‘체류’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모항의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 롯데관광·팬스타는 코스타 크루즈를, 두원크루즈페리는 이스턴비너스호를 각각 전세 내어 국내 크루즈 저변을 넓히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에 힘입어 부산항의 모항 시도는 올해 98항차에서 내년 111항차로 늘어날 전망이며, 부산항만공사는 이러한 경험을 발판으로 해서 로열캐러비안, 아도라 크루즈 등 대형 글로벌 선사로 참여 폭을 넓혀갈 방침이다.

다음은 준모항 확대다. 준모항은 모항에서 정원을 다 채우지 않고 출발해 중간 기항지에서 새 승객을 태우는 방식이다. 올해 MSC 벨리시마호가 부산항 준모항 운영을 본격화했고,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 18항차에서 내년 20항차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다음은 1박 2일 이상 머무르는 오버나잇의 확대다. 지난 2월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리가타호 입항을 계기로 부산항은 국내 항만 최초로 터미널을 24시간 개방해 그동안 형식적이던 1박 2일 기항을 제대로 된 체류형 관광으로 바꿔냈다. 이에 힘입어 부산항 오버나잇 크루즈는 올해 7항차로 시작해 내년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항공·철도 연계 크루즈다. 올해 3월 프랑스 럭셔리 선사 포낭은 부산과 오사카를 잇는 크루즈 노선에 항공·철도를 연계하는 혁신적인 상품을 도입했다. 승객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여 서울을 관광하고 KTX를 통해 부산 이동 후 관광을 마치고 부산항에서 오사카까지 크루즈 여행을 하는 방식이다. 포낭은 올해 4항차에서 내년 6항차, 내후년 9항차로 늘리고 부산↔도쿄·마닐라 등으로 노선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시·부산관광공사와 체류형 콘텐츠를 발굴해 실버씨 등 다른 선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체류형 크루즈 유치를 위해서는 글로벌 선사 마케팅과 함께 개별 관광상륙허가제·크루즈 전용 인프라 확충 등 관광객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6월 말 CIQ 시설 확충과 크루즈 전용 터미널 증·신축을 골자로 한 ‘2030 부산항 크루즈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고, 7월에는 크루즈 선사 대리점 업계가 주축이 된 부산크루즈산업협회가 ‘K-크루즈 2030비전’을 선포하며 힘을 보탰다.

크루즈 황금시장이 열리고 있다. 최근 관광객 SNS에는 부산 여행 인증사진과 후기가 쏟아지며 ‘부산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열기를 스쳐 가는 유행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급성장과 한류 그리고 부산앓이 열풍까지,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와 항만이 함께 성장할 기회가 왔다. 이제 부산항은 동북아 크루즈 허브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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