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투 포트' 위선과 악몽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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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인천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규정하고 네트워크 확대와 인프라 확충에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 인천을 경유하지 않는 국제선 장거리 직항 노선은 지역에서 언감생심이었다. 수도권 공항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만한 시도는 싹부터 잘렸다. 가덕신공항 계약이 지연되자 안전성 딴지에 연기론, 무용론까지 나오는 이유는 딱 하나다. 지방은 허브공항에 누를 끼쳐선 안 된다. 그러니 에어부산이 수도권으로 흡수되는 바람에 지역 거점 항공사가 사라질 판인데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하늘길은 ‘닥치고 원 포트’였지만 바닷길에는 묘한 비대칭 논리가 적용됐다. 부산항이라는 자연스러운 글로벌 허브 항만이 있는데도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투 포트 정책에 매달렸다. 1985년 광양항 개발 선언 이후 전남 광양에 ‘제2 컨테이너 허브항’이 추진된 것이다. 이후 수십 년간 투자 분산과 경쟁력 저하 우려가 국가 항만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항만은 배후 산업과 물동량, 항로와 선사 네트워크가 맞물려 움직이는 거대한 생태계다. 국가 정책으로 허브항을 지정할 수는 있어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2024년 물동량을 보면 자명하다. 부산항 2440만TEU, 인천항 356만TEU, 광양항 201만TEU. 부산항이 글로벌 2위 환적항으로 발돋움하는 사이 광양항은 산업항·배후 산단 연계 기능에 특화하면서 제 자리를 잡았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4개 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지역은 4개 지사로 전환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항만별 전문성·자율성 훼손과 물류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통합 공사 본사 유치전도 고개를 든다.

부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개척 등 해양경제권의 구심점이자 글로벌 무대에서 뛰고 있는 국가 대표 선수다. 하지만 항만공사 통합 소식을 접하면서 숱한 위선과 악몽이 겹쳐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1차 공공기관 이전과 제2 허브항에 공통된 ‘나눠주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기계적 지역 안배, 즉 ‘골고루 분산’은 정치적 위선이지 진짜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지역 산업 생태계와의 화학적 결합에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투 포트의 후유증을 딛고 부산은 ‘해양수도 특별법’ 제정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힘입어 도약의 채비를 갖추려는 참이다. 이 국면에서 항만공사 통합론은 다소 뜬금없다. 어쨌든 항만 정책의 제1원칙은 경쟁력이다. 정치적 셈법이 끼어들어 투 포트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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