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만 자치와 지역 특화 전략 역행하는 항만공사 통합
반발 불구 부산·울산 등 4곳 합치기로
국가 경쟁력 저하 일방 추진 안 될 일
행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의 통합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정부가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부산과 울산, 인천, 여수광양에 설치된 지역항만공사 4곳을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각 항만공사의 정책과 기능을 하나로 모으고 기존 항만공사는 4개 지역 지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 발표 전부터도 항만공사 통폐합설은 계속 불거졌다. 당시에도 각 항만공사 노조 등은 항만 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강제 통합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통폐합안을 발표했다. 각 지역 시민단체들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며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부산, 울산, 인천, 여수광양 지역 시민단체 300여 곳은 7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추진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배후 산업, 물동량과 발전 전략이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묶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은 동북아 컨테이너 물류 허브항, 인천항은 대중국 교역 거점항, 울산항은 에너지·액체 벌크 특화항,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원자재 중심항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부 통합안이 현실화될 경우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이들은 통합을 통해 조직을 획일화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저지 투쟁을 천명했다.
부산은 현재 해양강국을 선도하는 글로벌 해양도시 도약을 추진 중이다. 부산 해양 정책의 핵심 기반은 부산항이다. 북극항로 거점항만 조성, 배후 시설 구축 등 부산항의 미래를 위해서는 세계 흐름에 발맞춘 신속한 현장 대응과 전문성 있는 자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시 등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통폐합을 통해 중앙집권적이면서 관료화된 조직이 탄생할 경우 의사 결정 과정은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자율성을 토대로 경쟁력을 키운 다른 국가 항만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통합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통합 찬성 입장에 대한 반발이 커져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정부가 통합 이유로 밝힌 각 항만공사들의 과당경쟁 등의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2004년부터 순차적으로 설립된 각 항만공사는 서로 차별화된 특화 전략을 추진 중이기에 경쟁 자체가 불필요한 상황이다. 배후산업과 물동량, 발전전략이 서로 다른 항만공사를 통합하면 되레 그동안 축적한 특화 전략만 약화시켜 경쟁력을 저하할 우려가 크다. 통합은 지역 균형발전 기조에도 맞지 않다. 7일 열린 (사)한국해양산업협회 총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투자 수익이 중앙으로 쏠릴 경우 지역에 불리하다는 등의 우려를 표명했다. 명분도 목표도 불분명한 통합은 항만과 국가 경쟁력을 해친다. 정부의 신중한 재검토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