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유산위원회는 끝났다, 부산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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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막을 내린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우리나라가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처음 개최한 이 회의에 세계 16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제 행사의 열기가 가라앉은 자리에서 그 성과가 부산의 미래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되짚어 볼 때다.

‘한국의 갯벌’ 확장 등재와 함께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의 채택이었다. 부산 선언은 기존 5대 전략목표에 ‘협력’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AI 기술 활용과 그 책임을 공식 의제로 제시했다. 베니스 헌장과 리우 선언처럼 도시 이름을 담은 국제 문서는 그 도시를 하나의 가치와 정신으로 기억하게 한다. 이로써 부산의 이름도 세계유산의 역사에 오래 남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해양경관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국가 기능을 유지하고 피란민을 받아들이며 국제사회의 연대 속에서 도시와 공동체를 지켜 낸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를 현장에서 만났다. 인류애와 포용, 국제연대와 평화를 증언하는 부산의 가치가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세계유산위원회 이후 부산은 무엇을 할 것인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기억만 남긴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성과는 후속 사업의 지속성과 실행력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지난달 22일 우리나라 최초의 북동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신항을 출발했다. 북극항로 시대가 구호를 넘어 실제 항해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은 부산이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할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글로벌 해양도시는 항만과 물류의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바다를 통해 세계와 교류해 온 역사와 문화, 전쟁과 피란의 위기를 국제연대로 견뎌 낸 경험이 함께해야 한다. 북극항로가 부산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길이라면, 세계유산은 그 길에 부산만의 정체성과 품격을 더하는 힘이다. 항로 개척 또한 북극 환경과 해양생태계,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바다를 이용하는 도시를 넘어 바다를 이해하고 지키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번 위원회를 통해 항구와 원도심, 산과 바다, 피란수도의 기억이 어우러진 ‘부산다움’이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그 관심을 부산항과 원도심으로 이어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유산은 도시를 멈춰 세우는 보존제도가 아니다. 유산을 문화관광·교육·연구·첨단기술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미래 자산이다. 다만 그 출발점은 유산의 진정성과 장소성에 대한 존중이어야 한다. 보존 없는 활용도, 시민과 지역공동체가 빠진 세계화도 오래갈 수 없다.

부산시는 국제유산포럼의 정례화와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유치를 후속사업으로 제시했다. 이제 누가, 어떤 조직과 예산으로, 언제부터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보존과 활용,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통합관리, 부산의 해양·산업·근현대유산 연구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장기적인 유산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끝났지만 부산의 세계유산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부산 선언은 회의장의 문서에 머물지 않고 도시정책과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부산이 바다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이자 인류애와 평화, 자연과 유산에 대한 책임을 세계와 나누는 도시가 되도록 이제 다시 힘껏 노를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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