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한국어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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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혁명으로 디지털시대 삶의 방식을 바꿨다면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를 주도해 한자문화에서 소외됐던 백성들의 까막눈을 열고 무지의 벽을 깼다. 그것은 창조적인 문자 혁명이었다. 한글의 우수성 덕분에 한국어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외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불고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류 열풍이 거센 나라들에서는 한국어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내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세종특별시가 순우리말로 마을과 시설 명칭을 붙이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말과 글은 그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양반사회에 대한 비판과 변화의 열망을 한글소설이나 판소리 같은 서민문학에 오롯이 담아냈다. 같은 맥락에서 가히 혁명적인 정보기술(IT) 사회의 통신매체인 휴대전화나 인터넷, 메신저 등에 등장하는 신조어들은 우리 사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고 지표인 셈이다. 한국어 파괴를 초래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름신' '지못미' '키보도'와 같은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특정 현상이나 IT세대의 감수성과 순발력을 잘 반영하고 있다.

몇 달 전 국립국어원은 표준어는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했다. 짜장면을 비롯해 남사스럽다, 복숭아뼈, 먹거리, 손주 등 흔히 쓰이는 단어들이 표준어가 된 것이다. 남북 국어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 중인 '겨레말 큰사전'이 눈길을 끈다. 이 사전에는 악플, 꽃미남, 대포폰, 다문화 등 우리 사회를 말해주는 신조어들이 대거 선보인다. 빨래집(세탁소), 볶음머리(파마머리) 등 북한 용어와 해외동포들이 사용하는 낱말들도 실린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민족이 서로 소통하는 관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 백태현 논설위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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