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잘 지어야 잘 팔린다' 브랜드 네이밍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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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상복합 'W'의 견본주택, '봉구비어'의 아이스크림 생맥주, '맥'의 립스틱, '맥' 매장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하는 모습. 부산일보 DB

직장인 박예원(36·여) 씨는 며칠 전 기분 전환을 위해 빨간 립스틱을 구입했다. 립스틱 상자를 연 박 씨는 제품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립스틱 바닥에 적힌 제품명이 '데인저러스(dangerous·위험한)'였기 때문.

박 씨는 "제품에 '스칼렛(다홍색)' 정도의 색상명이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이름에 한바탕 웃었다"며 "봄을 맞아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로 변신해 보자며 재미 삼아 친구에게도 하나 선물했다"고 말했다.

알쏭달쏭 네이밍
'W' 소비자에 궁금증 유발

웃음 주는 네이밍
'캔디얌얌''병아리' 감성 자극

촌티 네이밍
맥줏집 '봉구비어' 친근감 쑥


직장인 김준영(29) 씨는 데이트를 위해 가 볼 만한 식당을 검색하다가 알쏭달쏭한 이름의 음식점을 발견했다. 프랜차이즈 비스트로 '허디거디'.

김 씨는 "식당 이름이 너무 어려운데다 당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악기 이름이었다"며 "들어간 김에 메뉴를 살펴봤더니 여자 친구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많아 가 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톡톡 튀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흥미를 끄는 '브랜드 네이밍'이 인기다. '브랜드 네이밍'이란 회사나 제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분석으로 소비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이름을 짓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부르기 쉬운 이름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일부러 어려운 이름을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 이름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트리마제', '플로리체', '아크로리버 파크' 등 발음도 어렵고 한 번 듣고선 뜻을 알기 어려운 단지명으로 신규 분양시장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특한 이름으로 차별화 효과를 얻기 위한 전략이다.

부산 남구에 건설되는 초고층 주상복합 'W(더블유)'는 모호한 이름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경우다. 시행사 관계자는 "W에는 원더풀, 위즈덤, 와이드 등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펀(fun) 네이밍'이 대세다. '맥'의 립 메이크업 제품 '귀요미'나 '캔디얌얌', '이니스프리'의 매니큐어 '안녕 병아리' 등은 순전히 이름 때문에 제품을 구입했다는 소비자들도 있을 정도다.

불황 속 향수를 자극하는 촌티 작명도 인기다. '스몰비어(소형 맥주전문점)' 콘셉트를 내세워 동네맥줏집으로 자리 잡은 '봉구비어', '춘자비어' 등이 그 사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제품 각인을 위해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를 넣는 '역발상 네이밍' 전략까지 동원될 정도"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들의 고민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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