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인도 바지 '파자마' 영국서 잠옷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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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세계를 만나다/ 정해영

'파자마'는 원래 인도에서 낮에 입는 바지를 가리켰다. 창비 제공

'파자마'는 인도에서 낮에 입는 바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발목까지 오는 길이에 통이 헐렁한 바지를 통틀어 파자마라고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파자마가 잠옷이 된 걸까? 여기에는 영국 사람들의 영향이 컸다.

17세기 영국인들은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인도에 도착했다. 그들이 입은 바지와 재킷은 인도의 푹푹 찌는 더위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사람들은 인도사람들이 입는 파자마를 입고 싶지 않았다. 헐렁해서 품위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영국인들은 남이 보지 않는 침실에서 헐렁해 통풍이 잘되는 파자마를 입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서서히 파자마의 매력에 빠졌고 영국으로 돌아가 파자마를 소개했다.

패션, 세계를 만나다/ 정해영
영국에서도 처음에 파자마는 환영받지 못했다. 당시 영국인들은 남녀 모두 긴 원피스에 모자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1934년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라는 인기 영화에서 유명한 남자 배우가 파자마를 입고 나왔다. 그 뒤 파자마는 남자들의 잠옷이 됐고, 지금은 세계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잠옷이 됐다.

'패션, 세계를 만나다'는 21개국 민속 의상을 통해 각 나라 역사와 문화를 함께 보여준다. 민속 의상은 각 민족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여러 나라의 민속 의상이 각각 어떤 환경에서 형성됐고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아 지금의 인류 문화를 이뤘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민속 의상의 특징을 자세한 글과 사실감 넘치는 그림으로 담아냈다.

민속 의상을 통해 각 나라의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중국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족두리, 연지 등이 현재 한국 민속 의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례가 그러하다. 일본의 기모노는 언뜻 보면 아래위가 붙은 중국의 민속 의상 '포'와 참 많이 닮았다. 중국 당나라와 교류가 활발했던 헤이안 시대에 발달한 옷이기 때문이다.

몽골의 유목 생활에 적합한 '델', 터키의 민속 의상으로 비잔틴 제국의 영향을 받은 '원피스', 이슬람 문화를 드러내며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등 흥미로운 민속 의상을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소개한다. 서구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대한 내용을 책의 전반부에 배치한 점이 이채롭다. 초등 3학년 이상. 정해영 지음/창비/164쪽/1만 9천800원.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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