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쓰구 기자의 부산 읽기] '유연한 고무줄' 같은 한·일 관계 어렵나
/다케쓰구 미노루 서일본신문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된 조선인들을 상징하는 노동자상의 모형이 지난달 18일 노동단체에 의해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반입됐다. 구 일본군 종군위안부를 상징한 소녀상 바로 옆자리다. 트럭에서 모형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고 소녀상이 설치된 지난해 말부터의 혼란을 떠올린 것은 기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동자상의 실물은 내년 5월1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산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한·일 관계를 고무줄에 비유한다.
"가끔 서로 마음이 멀어져도 언젠가 다시 가까워지는 사이였지만,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고무줄이 완전히 늘어나 버린 것 같다."
일본 연구자에게 역사문제 이야기를 꺼내도, '지한파'로 알려진 사람마저 "이제 됐다. 논의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 대학 관계자는 "한국이 그렇게까지 하는가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 같이 고무줄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통하지 않는 단계까지 왔다"고 비관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많은 일본인들이 지지한 것은 양국 대립을 우려하고 우호관계로 다시 돌아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합의를 둘러싸고 일부 위안부 할머니가 납득하지 않고,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계속하고 있는 등 상황이 어렵다.
역사 인식과 계승의 측면에서 일본 국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외국 공관 앞에 동상을 설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한국 국내에서 냉정하게 재검토되기를 많은 일본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으로 한·일 합의의 취지를 토대로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업을 일본 정부가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자는 지난달 22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옥상에서 열린 희생자 전국 합동위령제에 참가해 함께 추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관 내 전시 자료를 보면서 한국인들의 고통과 슬픔을 가슴에 새겼다.
만약 영사관 앞에 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된다면 한·일 관계 악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예를 들어 징용 노동자상을 상징적인 장소인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앞에 설치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런 변화를 계기로 역사관을 방문하는 일본인도 나오고, 한국과 교류하면서 과거를 계속 마주 볼 수 있는 '강력하고 유연한 고무줄' 관계를 다시 만드는 것이 어려운 건가? 유감스럽지만 부산총영사관 앞에서 한·일 역사문제를 상징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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