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테크] 손혁진 ㈜띵크마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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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위 선원을 가족과 잇는 기술"

손혁진 ㈜띵크마린 대표가 외항선에서도 저렴하게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위드씨 셋톱 박스를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연말은 설레기 마련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바다에 홀로 있는 외항 선원의 연말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연말, 명절과 같은 특별한 기간은 외로움을 더 키운다. 사회와 단절됐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선원 출신의 ㈜띵크마린의 손혁진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가 회사명을 띵크마린(선원을 생각한다라는 뜻)으로 지은 이유다. 그리고 손 대표는 그들의 단절감과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위드씨(Withsea)'를 개발했다. 위드씨는 위성을 이용해 육상과 해상, 해상과 해상, 육상과 육상 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SNS, 콜센터와 같은 소통 기능뿐만 아니라 선박 모니터링 등 업무지원도 가능한 해양에 특화된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셋톱 박스·스마트폰 앱 활용
네트워크 시스템 '위드씨'
데이터 비용 부담 적어 인기
선박 모니터링·업무 지원도

선상 교육 콘텐츠도 개발
비행기용 전송 기술 연구

■통신료가 줄면 외로움이 준다

지금의 기술로도 충분히 외항선에서 국내로 연락할 방법은 있다. 하지만 위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선원들에게 요금이 부담이다. 급한 일이 있어 위성통신을 사용하더라도 초 단위로 사용시간을 계산해 요금을 책정된다. 요금이 비싼 데다 주로 업무용으로 사용이 제한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손 대표는 "국적 외항선 1000여 척 가운데 90% 이상은 인터넷 장비가 없어 가족, 친구와의 소통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는 선원들이 힘들어하는 주요 원인이다"며 "위성통신비 부담없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면 선원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드씨의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선박 내 이용자가 많을 경우에는 셋톱 박스를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소규모라면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끝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와 손잡고 지난해 1월 시범 사업도 진행해 100일간의 사용실적을 분석하기도 했다.

시범 사용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선원 1명당 하루 평균 202건의 메시지가 오갔다. 1건당 사용한 데이터는 0.9KB로 매우 작았다. 데이터가 줄어드니 메시지를 보내는 비용은 1건당 겨우 10원이었다. 데이터가 줄어드니 1000건의 메시지를 보내도 1MB도 소모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일상에서 2~3건의 메시지만 주고받아도 단절감은 최소화할 수 있다"며 "선원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위드씨를 사용할 경우 유리한 점이 많다. 데이터 비용이 싸다 보니 업무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3D 업종인 외항 선원들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같은 서비스가 복지 차원으로 제공될 경우 인력을 구하는데 훨씬 더 유리하다.

■경력과 학습이 이어지도록

선원들의 또 다른 어려움은 학습 및 경력 단절이다. 학위나 자격증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다가도 배를 태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최소 1년 이상 걸리기에 학습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선박에서 쉬는 시간 공부를 해도 되지만 들고 갈 수 있는 책의 양 자체도 한계가 있다. 신문도 방송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최신 정보를 접하는 것은 소위 말해 '하늘의 별 따기'다. 손 대표는 "선원일 때 항상 다운받은 드라마를 돌려보는 게 일상이었다"며 "젊은 시절 자기 개발 욕구가 많았지만 배를 타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위드씨는 최근 방송통신대학과 같은 선상에서도 교육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교육 콘텐츠의 핵심도 데이터 압축 기술이다. 위성을 이용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해야하는 교육 콘텐츠가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위드씨를 통한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위드씨는 비행기에서도 위드씨를 이용,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비행기에서도 위성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데 가격 때문에 업무용으로만 쓰이고 있기 때문. 손 대표는 긴급 업무가 필요한 비즈니스맨들에게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손 대표는 "위드씨의 기술은 사회의 단절된 사람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누구나 부담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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