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보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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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이 끼인 지난 주말. 전국 유명 관광지는 오랜만에 행락객으로 북적였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 경북 영주 부석사를 찾았는데 주차장부터 만차다.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손님으로 식당마다 대기표가 기본이었다. 간신히 들어간 식당의 사장님은 “올해 들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린다는 소식에 성급한 여행 심리가 일제히 기지개를 켠 것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현상을 요즘엔 ‘보복 소비’,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현상을 ‘보복 여행’이라고 부른다. 그간 우리 얼마나 답답하고 좀이 쑤셨나.

코로나로 인해 여행업계는 가혹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 여행 관련 자영업자의 매출 수준은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의 10%에 불과했다. 지난 2월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73개의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여행사의 폐업으로 대리운전이나 배달 라이더로 생계를 잇는다는 눈물겨운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드디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사 주가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1일부터 전 직원 정상 근무를 재개했다. 해외 여행지 소개를 신문 기사로 보는 것도 얼마 만인가 싶다.

부산시도 ‘다시 찾는 부산’ 프로모션을 발 빠르게 내놓았다. 부산관광 포털 ‘비짓부산’을 통해 부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KTX와 항공기 요금 50% 할인, 부산 여행상품 50% 지원(1인 최대 20만 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지금이야말로 헐렁해진 신발 끈을 꽉 조일 때라는 생각이다. 부산과 관광으로 경쟁하는 도시의 성장세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에는 강원(20%), 제주(12%), 경남(11%)이 상위에 꼽혔다. 특히 서울에서 KTX로 연결되며 가까워진 강원도의 성장세가 무섭다.

돌이켜 보면 부산이 염원하던 국제관광도시에 선정된 게 2020년 1월이다. 현재 부산~칭다오가 유일한 국제노선인 김해공항에서 이달 말에는 괌, 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내년 3월 이전에 헬싱키 노선 취항도 다시 추진된다. 텅 빈 국제선이 활기를 띨 날도 머지않았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는 안전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보복 여행객들을 사로잡을 다양한 테마를 마련하고 정비할 때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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