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부산 고교 ‘사교육 빈부격차’ 더 커졌다
부산연구원 ‘사교육비 변화’ 보고서
부산의 한 고교 2학년 담임인 전 모(30) 씨는 코로나19로 커진 교육 격차를 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국영수 문제 풀이는 물론이고 수행평가나 글쓰기에서도 소득에 따른 격차가 눈에 띄게 난다는 것이다. 전 교사는 “저소득층의 경우 부모님이 모두 일하러 나가기 때문에 학교 온라인 수업마저 제대로 듣지 않아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고교생들의 사교육 빈부격차가 코로나19 이후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공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사교육 투자를 늘리면서 특히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이 커졌다.
작년 사교육 참여 전년보다 감소
저소득 가구는 9.5%P 급감
일부 고소득층 되레 2.6%P 늘어
저소득층 지출은 41.6%나 증가
교육 공백으로 부담 크게 늘어
부산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는 ‘코로나19 이후 부산 초중고 사교육비 변화’라는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의 사교육비 총액과 사교육 참여율 등은 전반적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교육 공백이 생겼지만, 사교육 시장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탓이 크다.
하지만 가구 소득별 사교육 참여율을 보면 고등학교에서 빈부에 따른 격차는 심해졌다. 월 평균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는 2019년 36.8%에서 지난해 27.3%로 9.5%포인트(P) 급감했다. 반면 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에서는 사교육 참여율이 2.9%P 줄어드는 데 그쳤고, 700만~800만 원 구간은 오히려 2.6%P 늘어났다. 고소득층일수록 코로나로 인한 학교 교육 공백을 사교육으로 채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교육 시장에 발을 담근 저소득층의 경우, 교육 공백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분석해 보니 2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은 2019년 28만 8000원을 지출하다 지난해 40만 8000원으로 41.6%나 늘어난 것이다. 월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경우 75만 9000원에서 77만 5000원으로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 상황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만 초·중등생의 사교육 참여율 격차는 소폭 줄고 사교육비 격차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현욱 경제동향분석위원은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거사를 앞둔 고교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지표”라며 “코로나19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장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맞춰 학교 현장에서도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수능이 끝난 뒤인 이달 22일부터 전국의 유·초·중·고교 학생이 매일 등교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사교육 경감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방과후학교를 상시 운영해 나가고,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어, 수학, 국어 과목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준영·황석하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