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영진위 ‘후반작업시설’ 갈등에 붕 뜬 ‘부산촬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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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부산 기장군에 추진 중인 부산촬영소(조감도)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함께 추진된 프로젝트로 10년 이상 표류해 왔는데, 이번에는 영진위가 ‘부산시의 후반작업시설 제외 반대로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영진위와 부산시가 부산촬영소의 조속한 착공을 위해 협의하는 대신 서로 손가락질을 하는 모양새가 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진위 “지연 땐 건립 난항
촬영소 핵심은 대형 스튜디오”
부산시 “후반작업시설 제외
영진위 추후 계획 제시도 없다”
연내 착공 사실상 물 건너가


■부산시 ‘저격’ 영진위 입장은

11일 오후 영진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촬영소 건립이 지연되는 이유로 부산시를 꼽았다. 영진위는 “촬영소 핵심 시설은 후반 작업 시설이 아니라 ‘대형 실내 스튜디오’”라면서 “부산시가 후반작업시설을 제외하고 건립하는 것을 반대하고 부족한 예산에 대한 부산시의 지원 같은 대안 없이 후반작업시설 건립을 요구하고 있어 촬영소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정된 부산촬영소 기본 설계안에 당초 포함됐던 후반작업시설이 빠진 이유로는 예산 문제를 꼽았다. 실내 스튜디오 3동과 후반작업시설, 설계비를 포함해 총 660억 원 규모였는데 촬영소 건립이 여러 이유로 지연되면서, 인건비와 자재비 인상으로 시공비가 약 1000억 원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영진위는 “별도 재원 확보를 위해 건립이 더 지체되면 공사비 상승으로 부산촬영소 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촬영소 건립은 어디로

부산시는 영진위의 대응에 대해 ‘감정적 맞대응’은 피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부산촬영소의 조속한 착공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영진위가 이번에 예산 문제로 후반작업시설을 넣을 수 없다면 앞으로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제시하는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후반작업시설은 지난해 11월 해운대구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내에 ‘부산 사운드 스테이션’이 개관하고 운영 1년째를 맞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영진위 공모 사업에 당선돼 15억 원(국비 12억 원, 시비 3억 원)으로 전반적인 사운드 작업과 색 보정(DI)이 가능한 시설이 들어섰다.

부산 사운드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약 1년 동안 부산지역 제작사의 장·단편 영화 7편의 후반작업이 진행됐다. 올해 연말까지 시설 예약이 꽉 찬 상태다. 현재 사운드 스테이션에서 사운드와 색 보정을 담당하는 엔지니어가 각각 1명뿐이어서 시설 수용도와 관계없이 작업 지연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결국, 부산촬영소의 후반작업시설이 들어서면 부산 지역 제작사에 도움이 되지만 후반작업시설 때문에 거듭된 부산촬영소 착공 지연은 소모적이라는 지적이다.

부산 출신으로 독립영화 ‘니나 내나’(2019) 등을 만든 이동은 감독은 “후반작업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어서 이후에 중장기적인 플랜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며 “영화인들과 현장 인력이 부산에 하루빨리 자리 잡으려면 촬영소를 서둘러 짓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진위는 지역 사회와의 밀착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부산 지역 영화 관련 단체 협의체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아 ‘빈껍데기’ 지방 이전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부산시는 부산시대로 그동안 부산촬영소 건립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영진위만 바라보며 민간 제작사 투자 오픈 스튜디오 유치나 추가 실내 스튜디오 건립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편, 영진위는 부산촬영소의 후반작업시설과 숙소를 제외하고 건물 연면적 1만 2175㎡ 규모로 실내 스튜디오 3동 을 위주로 설계를 변경했다. 후반작업시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내 착공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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