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흔드는 정치권, 쌓이는 폐기물엔 ‘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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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과 달리 정치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댄다. 사용후핵연료 등 실질적인 원전 폐기물 처리 방안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현 정부 정책 뒤집기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특히 고리 원전 등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일부 저장시설 용량이 90% 넘게 찼지만 여전히 반출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선 앞두고 일부 후보 ‘폐기’ 주장
박형준 시장도 ‘전면 재검토’ 입장
사용후핵연료 처리엔 대안 없어
고리 등 원전 폐기물 저장 ‘한계’
처리장 신설 등 반출 대책 시급


16일 한국수력원자력 ‘2021년 3분기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에 따르면 고리원전 1~4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5124다발이 수조에 습식 저장된 상태다. 총 저장가능용량 5492다발의 93.3%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고리 4호기는 저장용량 2105다발 중 1978다발, 고리 3호기는 2103다발 중 1949다발로 각각 94%와 92.7%가 찼다. 고리 2호기는 799다발 중 712다발로 89.1%, 2017년 가동을 중단한 고리 1호기는 485다발을 100% 채운 상태다.

다른 지역 원전도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저장이 점차 한계에 이르고 있다. 한울 1~6호기(경북 울진)는 저장 가능 용량 7066다발 중 89.8%인 6342다발이 채워졌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연료로 사용된 후 원자로 내부로 빼낸 핵연료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꼽힌다. 기존 저장공간이 다 차기 전에 새로운 시설을 지어야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고리원전 등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막연한 상황이다. 2019년 정부가 설립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월성 원전에 대한 건식저장시설(맥스터) 7기 추가 설치를 결정했지만, 고리원전은 지침을 내리지 못한 채 해산했기 때문이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환경공단으로 매년 배출하는 상황”이라며 “사용후핵연료는 산업통상자원부 결정이 있어야 처리 방안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처리 방안이 ‘발등의 불’처럼 시급하지만, 몇몇 대선후보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탈원전 정책’ 폐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작 증가할 폐기물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탈원전에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아직 원론적인 대안에 그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 4월 탈원전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혀 지역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인다. 2017년부터 원전밀집지역이라는 부산의 현실이 의제가 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이뤄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려 더 탄력을 받았다. 원전해체센터 유치도 그런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들의 노력으로 거둔 성과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처리 대책은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의회 구경민 의원(민주당·기장군2)은 “고리 2호기도 곧 중단할 텐데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처리 대책은 없다”며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요구해야 하며, 폐기물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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